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이종구 문학상 시상식이 있던 날의 낮과 밤

원평재 2006. 11. 4. 00:34
19013 

 

이종구 선생께서는 군부 독재 시절에 동아방송에서 외신부장을 하시면서

특히 저녁 8시 55분부터 5분간 방송되는 "앵무새"라는 시사 패러디의

원고를 많이 쓰셨다.

계엄이 선포되면서 동아 방송도 문을 닫고 이 선생께서도 여러달 옥고를

치루셨다.

그간의 고통은 얼마나 혹독했는지 아무에게도 발설치 않으셨다.

 

나하고는 원로 선배 교수님으로서, 또 동료 교수로서의 인연을 남기시고

정년 퇴임, 그리고 오래 칩거하시다가 영면하셨다.

 

이종구 수필 문학상이 "계간 문예"와 유족들과 또 수요회라는 원로 단체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그 상을 받으시는

고교 선배, 이태동 서강대 명예 교수님의 초청으로 자리에 합석케 되었으니

자괴감이 앞섰다.

11월 2일 12시, 대학로 함춘회관에서였다.

 

 

 

식순을 살피면 이날의 분위기와 뜻이 새겨질듯하다.

개회사 채문수(소설가, 계간 문에 주간)

인사말 촤창봉(전 MBC 사장)

주최측 인사말 백시종(소설가, 계간문예 편집인)

심사평 김우종(문학 평론가, 덕성여대 명예 교수)

수상자 약력소개 변해영(수필가)

수상자 인사말 이태동(서강대 명예교수)

시상 최창봉

수상작 낭송 최순희(소설가, 수필가)

수상자 인사말

축사 김후란(시인)

애송시 낭송 이시언(시인)

제1회 수상자 격려사 발양실(수필가 전 보사부 장관)

폐회사

 

식전에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따른다.

김우종 선생은 급히 오시다가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했는데

강의를 급히 마치고 오신듯, 옷에 백묵 가루가 묻었고 풀칠도 이곳 저곳

하셨으니 재미있었다.

 

심사위원에는 장경렬 교수가 있었는데 예전에 나와 함께 국비 유학생, 자비

유학생 출제를 줄줄이 다니던 인연이라 반가웠고

평론가 오양호 교수는 학연이 맺혀서 오랜만에 더욱 반가웠다.

함춘회관의 중국 음식도 맛이 있었다.

대학로에는 아직 가을이 덜 찾아왔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려서 보았더니 미 동부 문인 협회의 임혜기 전 회장,

김명순 전 부회장께서 일시 귀국했다고 경희대의 김종회 교수가 연락을

주었다.

이 분들은 모두 미 동부와 카나다로 작년에 문인 단풍 관광을 일주일씩 함께

했던 깊은 인연이 있었다.

문학 기행 중에는 일주일 내내 비가 와서 더욱 인상적인 여정이었다.

 

김종회 교수의 초청으로 경희대 근방, 산촌 이라는 일식집에서 문담을

밤드리 나누다가 대취하여 귀가하였다.

술은 "천년 약속"이던가, 상황버섯을 발효하여 만든 약술이라고 만만히

보았다가 정신없이 들어왔다.

부산 APEC에서 건배주로 사용했다던가---.

 

집에서는 여고 동기생 72명과 일본 단풍을 구경하러가고 빈자리였다.

IMF 직전에는 그 동기들 약 200명이 비행기를 차터하여 뉴욕에서 동기회를

열었는데 이윽고 경제 위기가 왔었다.

 

지금은 핵폭탄 문제가 불거져있으나 태평성대인가 한다.

조금 찝찝한 구석은 있다. 

"송하비결"이라던가, 무슨 그런 괴서에 따르면 내년 2월이 좀 문제인 모양이다.

하지만 다 혹세무민하는 잡학서적이겠지---.

마음 먹기에 달렸다.

핵실험을 해도 이렇게 다리 쭉 뻗고 지낼 수 있지 않은가.

직필 직언하던 "앵무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