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입니다---.
계간 문예지, <문학 마을> 여름 호가 나왔다.
예술의 전당 앞, 서초 유스 센터에서 발간 기념 겸, 연찬회를 갖였다.
특별히 광주에서 올라오신 김준태 시인의 강연을 듣고 코로키엄 시간도 갖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봄호에 실렸던 <남해 가는 길>에 대하여 평론가인 서강대 오윤호 교수가
이번 여름호에 길게 지면을 할애하여 분석해 준 글이 고마웠다.
이번 여름 호에는 졸작 <책들의 고향>이 실려서 가을 호에 다시한번 음미 되기를 기대해본다.
평론가 오윤호 님의 글을 여기에 다시 싣습니다.
<전략>
삶을 허구처럼 살아가는 것, 허구를 삶처럼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인간다운 착각이 아닌가 한다.
<남해가는 길>은 문학을 문학답게 경험하며 자기 삶의 일부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략>
<남해 가는 길>은 문학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형상화된 소설이다.
이 작품 역시 <마른 장마>처럼 "남해"라는 장소에 대한 간절한 희구가 담긴
작품이다.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삶의 모습들이
남해를 담아내고 있는 다양한 시 작품속에서 형상화 된다.
김범수는 아내의 유골을 남해에 뿌리기 위해 문학여행을 남해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내와 친구였던 서해심의 즉석 문학강의를 듣게 된다.
김범수는 아내의 부정을 알고서 그녀의 소원대로 남해에 유골을 뿌려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내의 부정과 죽음 그리고 여전히 그녀에 대해 집착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낸다.
구성지고 진중하게 이어지는 서해심 시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은 산다는
것이 인간의 욕망만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있다.
세상에 그러지 마세요. 죄송하지만 속세니 뭐니 말씀하는 분들치고 자신이 진정
속인이라고 겸허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최소한 세상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억울함이라도 가득한 마음입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속 좁은 생각은 마세요. 정희는 저 항아리 속에서 이제 아무 자유의지도
없잖아요. 오로지 선생님의 마음에 달려있는 가련한 뼛가루이잖아요. ---중략---
이제 여기에 제가 아내의 뼛가루를 뿌리고 올라가면 저는 아내를 영원히 내다버리고
가는게 아닌가요.
정말 저는 다시는 아내를 생각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소스라치게 들었어요. 우리가 사는 경인철로 변에 작은 쌈지공원이 있지요.
거기 어디에 아내의 안식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남해 가는 길> 중에서)
서해심의 이야기를 듣고 김범수는 아내의 유골을 아름다운 남해에 뿌리지않고
자신의 집 근처에 뿌리고자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용서를 행하고자 하는것이다.
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생을 깨닫는 소설의 결말이 진부하긴 하지만 <남해 가는 길>은
문학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우리시대의 삶이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곰곰이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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