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심훈의 상록수 터전/필경사를 아시나요?

원평재 2004. 7. 26. 00:58




토요 아침에 당진의 대산 공단을 갈 일이 생겼다.
한보 철강의 협력회사로 코크스와 석회석의 2차 부산물을 처리하는 우리 회사의
재무 구조는 탄탄하고,중국 쪽에 수출선도 확실하여서 회사가 부도가 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하여간 급한 일로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였다.
서해안 고속 도로가 생기고 나서 강남 본사에서 대산까지 가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한시간이다.
물론 여기에는 과속이 전제된다. 
하지만 GSP의 변형 장비를 달고 다니면 어지간한 과속 단속은 모두 체크해 주니 "시간이 돈이다"라고 
근대 경영학으로 무장한 우리 수출의 첨병들에게 다소의 규정 위반이야 양심에 박힌 털 하나 빼는 셈도 
되지않는다.
표현이 좀 거칠어졌으나 나도 이런 수사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니 거칠 것이 없다.
GSP라는 기구는 물론 본사와 공장에 비치되어 있어서 카 풀의 차를 몰고 나갈 때에는 전문가들이 걸쳐준다.
엔진에.이야기가 엉뚱하게 샜다.아니 지금부터 이야기는 더 옆으로 샐 참이다.
나와 부하 직원인 김 계장은 과속으로 일찍 일을 마친 후에 인근 "한진 포구"로 가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횟집, "황포 돛대"의 아가씨는 몸매가 좋게 빠져서 이 쪽으로 다니는 뜨내기들의 시선이 항상 엉덩이 
두쪽 사이로 꽂히게 마련이었고, 그래 그런지 그녀는 항상 엉덩이를 엉거주춤하게 하고 다니는데 
그게 또 남정네를 더욱 자극하고도 남는다. 
생각해보라, 아직 치질이 걸리기에는 너무 젊은 여자가 엉덩이를 엉거주춤 벌리고 다니는 형상을---.
"마 과장님, 이 동네 난리 났어요.""왜요?""신문도 안봤어요? 땅값이 며칠만에 두배로 뛰었어요.
나도 돈이 있었으면 땅이나 사 두었다가 횟집이나 여는건데---"
"여긴 얼마요?""평당 150만원이나 한 대요.""우와, 비싸네."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나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내가 사는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는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섰으니 세상이 해도 너무 한다.엉덩이가
좋은 이 아가씨가 재개발의 논리, 아니 비논리, 아니 무논리, 하여간 무슨 논리 이전의 이 나라의 
꼴을 이해할 수 있을까---.
"비싸네, 진즉 사놓았으면 나랑 동업하는건데---."내가 웃으며 답하였고, 우리 모두는 건너편의
야산으로 시선을 돌렸다."저건 얼만가?""거기 소나무 있는 등성이도 평당 60만원이래요."
"저기 서해 고속도로 평택과 당진을 잇는 하버 브리지가 보이는 곳은---?""백만원이래요."
"술값 보다 땅금을 더 잘 아시네, 주모 치우고 부동산이나 시작하지---.""아이구, 학사 부동산의
정 사장이 바로 거기 앉아서 조금전에 다 말해줬어요.""그 녀석 사기꾼이니 조심하시게.
"우리는 모듬회와 식사를 시켜서 얼른 먹었다. 서해 공장에 오면 꼭 회를 먹지만 사실 이곳 물고기도 
모두 중국산 아니면 북한산이다. 석화나 겨우 우리 자연산일까---.
"엉덩이 아가씨에게도 여기 터줏대감 정사장이 이미 선수를 친듯하니우린 어서 자릴 뜹시다.
"내가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엉뚱하게 사람잡지 말고 횟집이든 부동산이든 동업할 돈이나 모으세요.
"엉덩이 아가씨와 동업을 하면 문전성시는 틀림없겠다. 어떤 문전이든---.
"필경사 아세요?"일어나면 금방 상경길에 나설 길손을 그녀가 은근히 잡았다."필경사가 뭐요?"
우리가 얼떨떨하게 물었다."심훈 선생님의 상록수도 모르시나봐.""어라, 횟집에서 대단한 소릴 듣네. 
엉덩이나 가슴이 큰 여자는 지능지수가 두 자리 숫자 어쩌구하는 말도 엉터린가.아차, 미안해요. 
하여간 심훈 이야기를 엉덩이 큰 여자가 입에 올리다니---.하하하."
"심훈 선생께서 사시며 글을 쓰신 필경사가 여기 당진에 있지요.""아차, 그렇군. 귀여운 엉덩이 아가씨---."
솔직히 필경사란 이름은 금시 초문이었다.
"성희롱도 성폭행인건 아시죠?""미워라! 우리의 엉덩이!"
"그러지 말고 그 쪽에 가서 땅을 좀 사세요.""엥? 엉덩이 아가씨가 부동산 정사장과 모종의 관계인가?"
"말 조심하세요. 내가 심훈 선생의 피붙이가 되어서 그 쪽을 좀 아는데 사람을 어디다 취직 시켜요?"
"놀랍네!"
우리의 이구동성이었다.우리는 무식쟁이 취급을 당하면서 도저히 서울로 그냥 갈 수는 없어서 
악세레타를 밟으며 필경사로 달려갔다.하지만 엉덩이가 가르쳐준데로 달려갔으나 필경사는 나오지 않았다. 
중간에 안내 간판이 두군데나 있었지만 정작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좁은 시골길에서 가까스로 차를 돌려 되나오면서 시골 아낙에게 말을 걸었다.
미국 동부의 소도시, 콩코드 거리에서 '에머슨과 소로'의 생가를 묻던 생각이 났다.
그 때는 동네 사람들이 아무도 그 생가를 몰랐다.무식한 미국 것들---. 
그러나 알고보니 거리에 나도는 인간들은 모두 히스페닉들이었고 본토박이들은 차를 타고 다니거나 
교외로 빠져나갔다.
뿐만아니라 우리도 우정국 자리가 어딘지를 천도교 수운회관 앞에서도 모르고 지나치지 않은가.
남들 비웃을 일이 아니었다.
콩코드에서는 마침내 안경을 다소곳이 낀 순수 백인 아가씨에게서 그 장소를 알아내었는데,여기에서는
평범한 시골 아낙이 친절하게 턱으로 가르키는 곳을 보니 과연 건너편 쪽에 커다란 초가 오간과 기념비, 
그리고 기와를 인 기념관이 고즈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왜 못 찾았을까.그놈의 땅금 때문이었다.돈에 눈이 어두워서 정신이 딴데로 새었던게지.정사장 녀석인가,
 무슨 부동산 사장이 바다를 물고 있는 땅이 최고라고 엉덩이에게 말해주었고 엉덩이는 평소 이쪽으로 
내가 출장을 올때마다 팁을 가끔 준 나와 내 동료에게 그 정보를 알려주어서 우리는 바다쪽만 보며 차를 
달렸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각각 이 역사적 유적지, 충남도 지정물 107호 앞에서 증명 사진을 찍었다.왠 카메라?회사에서
최근에 카폰을 갈면서 모두 디카가 내장된 기종으로 큰 선심을 쓴 탓이었다.
필경사는 대충 보는둥, 마는 둥, 우리는 그 옆자락에 있는 부추 밭이나 고추 밭만 힐끔거렸다.
아까 그 평범한듯한 아주머니가 일을  보고 돌아 오는지 우리를 다시 유심히 보더니,
"바람 타지 마세요."라고 하였다."네에?"
"요즈음 저기 방파제 횟집하는 여자하고 부동산 아저씨가 짜고 바람을 잡는지 서울 차가 많이 오던데요."
"땅금이 많이 올랐나요?""우린 그런거 몰라요. 여긴 심씨 성밭인데 개발을 못하게 지키고 있지요. 
여기 땅을 거 머시냐 규제를 풀어가지고 아파트나 짓고 하면 우리 터는 다 쑥밭이 되는거지요. 
그걸 우리 심가네는 막으려는 거죠."
"아주머니도 심씨세요?""아니요, 저는 대산에서 시집온 조가라는 사람이라요.
"아아, 세상이 험해도 심훈 선생의 상록수는 이렇게 청청하였고필경사도 의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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