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잠시 언급했읍니다만, 그때 체험했던 선상 크루즈에서의 下午는 나른한 시간이 몸을 비비고 넘나드는 대책없는 순간의 지속이었습니다.그건 불가마에 오래 들어갔다가 나와서 샤워를 하고 휴게실에서 시간을 죽이는 그런 분위기와도 달랐어요.구태어 지나간 날들의 경험과 비교해 본다면 암울했던 청춘시절에 "음악 감상실(!)"에서 속절없이 하오의 시간이나 죽이던 그런 분위기와 비슷했달까요.청춘시절의 좌절과 허망감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선상에서의 지나간 밤이 너무 화려했던지,혹은 선상 풀장에서 젊은이들처럼 멋진 다이빙이라도 하며 다이내믹한 하오의 시간을창출하지 못한 한계 때문이었던지---.하긴 이 마당에 과장된 표현이 좀 들어가긴 했군요.기분이 과거사의 어떤 암울했던 시점과 유사하다고 생각해볼 따름이지,실제에 있어서야 그 어두웠던 청춘시절과는 비교 될 수 없는 안락과 지복과 구원의 느낌을 만끽하고 있었겠지요---.선실 중에서는 가장 큰 콘서트 홀에서 예전에 듣던 나른한 음악들을가벼운 "생음악"으로 들으며 택도 없는 비교의 순간을 음미하고 있을 때,갑자기 허술하게 몸 가림을 하고 수영장에서 나온 일단의 一家들이생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의 앞으로 닥아가더군요.꼬냑과 칵테일을 흔들어대며 낮부터 수영장을 누비던 중, 장년의 남녀들이 드디어 일을 내는 순간입니다.나른한 음악에 맞추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던 그들은 이미하오의 무법자들이어서 "형수님, 어서 이리로", "동사아 댁아 나온너라". "아이구 아주무이 내 발 밟았어요" 소리치며 빈 스테이지를 누볐는데그 와중에도 늦게 나타난 몸집 좋은 중년 부인이 겨드랑이의 검은 날개를 휘날리며 백조의 호수 안무 비슷한 모양을 취하는 것입니다.쓰러지려는 그녀를 누가(시아주버니가?) 안아주니까 검은 날개의 백조는 그의 어깨 위에서 고개를 꺾는 것입니다.하오의 시간은 너울너울 지나갔고 나는 포케트를 털어서 들어가곤했던 음악 감상실의 나른한 오후를 다시 상기해 보았지요.현실은 공상 속의 사치를 전혀 실현시켜줄 수 없던 시절에도우리는 어두운 영화관이나 음악 감상실에서 관음증 환자처럼 풍요 사회의 권태와 퇴폐를 힐끔거렸는데,이제 오랜만에 그런 분위기를 재현, 체험해 보려는 순간검은 날개의 백조와 그 일당들은 여지없이 그 실천적 현장을 뭉개어 버렸군요.하지만 신산한 청춘 시절을 보냈다할 지라도마침내 지적 사치와 권태도 만져 보았고 또 검은 깃털의 백조(?)라는 희극적 방해물로 인하여그 몽환적 순간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이런 소멸된 순간들을 하소연도 하고---.아, 한 여름 오후의 몽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