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메조세요? (1회: 오 홀리 나잇과 함께)

원평재 2006. 12. 5. 22:56
20199 

"메조세요?"

"그래요. 왜요?"

성악 레슨 대기실에 있던 지방에서 딸을 데려 온듯한 부인이

서울 사는 것만 다를 뿐, 같은 입장의 검사 부인 이정미 여사에게

공손하게 물어 본 말에 대한 답변이 이런 식이었다.

미녀이면서도 심성이 그렇게 날카로워 보이지 않는 인상의 이정미 여사

이지만 딸의 성악 영역이 "메조 소프라노"냐는 질문이 나올 때만은

항상 이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도 상대가 너무나 무안하리만큼 칼날같은 응대를 한 그녀는 막 그

방에서 레슨을 받고 나오는 딸을 얼른 채근하여 밖으로 나갔다.

 

연희동에 있는 원룸 하우스 "무지크"는 방이 열여섯개인 4층 건물로서

아래 3개층에 있는 12개의 방은 모두 근처 음대에 다니는 남녀 학생들이

세들어 있었고 맨 위 4층의 네개 방은 성악가 K 교수의 개인 연구소로 되어

있으나 사실은 성악 전공으로 대학을 들어오려는 입시생들이 개인 사사를

받는 공간이었다.

방이 네개나 되는 것은 가끔 들리는 K 교수가 화려하게 꾸며놓은 소장실,

또 교수가 직접 입시생 지도를 하기가 곤란하기에 문하생이 한 사람 

기거하며 입시생을 지도하는 레슨 실,그리고 나머지 두개는 서울 시내나

특히 지방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레슨을 받으러 오는 학생과 학부모가

하루를 묵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들이었다.

요즈음같은 입시철이 닥아오면 이 두 방은 상경한 입시생들간에 쟁탈전이

벌어지지만 평소에는, 특히 KTX가 개통되고 부터 빈 방이기 일쑤였다.

 

원 룸 하우스 무지크는 애초에 음대생 입주 대상을 염두에 두고 지은

다가구 주택이어서 방음 자재를 워낙 잘 쓴 덕분으로 방 안에서는 기악을

포함, 어떤 소리를 내어도 거의 내부에서 흡음이 되는 대단한 건물이었다.

따라서 월세가 다른 곳의 두배쯤 되어도 입주 대기자는 항상 줄을 이었다.

하긴 입시철이 크리스마스의 목전에 있어서인가 방음 잘된 건물의 어느

룸에서 못참겠다는듯이 삼중 창문을 열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차가운

바람이 부는 연희동 골목길에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었다.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의 음역이 혼교된 여성 솔로가 조용히 연습처럼

흘러나왔는데 CD같기도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