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프롤로오그
글 제목의 색갈은 "잉카 로즈" 혹은 "떼라로사"라고 하는 붉은 색갈로,
남미 대륙의 홍옥과 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색채입니다.
본문은 다시 코발트 블루, 코파카바나 해변의 바다 색갈로 하였습니다.
남아메리카 쪽을 열 하루 동안 돌다가 돌아왔다.
긴 여정 같지만 여행지에서 가끔 부딛치게 된 서울에서 출발한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30시간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에 도착하고 보니 병이 다 생겼어요.
앞으로 20박 21일에 열두개 나라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까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상 파울로에서 만난 창원에서 오신 어느 분의 말이었는데 말과 달리 표정은
생기 발랄하였다.
남미 까지 온 분들이라 모두 나이가 지긋하였는데 여행에도 이골이 난
베테란들이었다.
출발부터 지치기는 개인 여행을 하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예약된데로 JFK 공항에서 상 파울로 행 저녁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우선 탑승 시간에서 두시간 지연이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나서 또
한시간을 기다렸다.
비행기는 브라질의 민항 TAM이었는데 거의 국적기에 다름아니었으니
남미 인상이 처음부터 곱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비행기 타는 곳은 미국 JFK 공항의 네번째 블록이었고
비행기도 미국산 보잉이니 두 나라간에 어디까지가 책임한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거대한 JFK 공항의 네번째 블록은 주로 남미행 여객 탑승구가 몰려 있는
역시 큰 지역으로 들어서자 벌써 라틴 계통의 말씨가 판을 치고 얼굴
색갈도 갈색 톤이 주조를 이룬다.
브라질에서는 원래 "VARIG 항공"이 주름을 잡았는데 지금은 땀, 혹은
땅으로 읽히는 "TAM 항공"이 하늘을 지배한다.
겨울 바람이 매서운 뉴욕의 하늘 아래에서 기다리다 지친 끝에 땀 항공을
타고나니 다시 이륙이 지연되는 바람에 짜증스런 땀같은게 마음 속으로
부터 흘러넘쳤다.
하지만 마침내 비행기가 이륙하자 마자 브라질 특유의 너그러움과 여유가
기내를 넘실대기 시작하였다.
우선 기장은 늦은 출발에 대해 사과를 하고 열심히 비행하여서 지연 시간을
최대로 만회하겠다고 어나운스먼트를 내보내었다.
늦어도 좋은데 안전만 하면---, 고마움 보다는 약간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물론 비행기는 무리를 하지않고 이륙 후, 9시간 반 만에 상 파우로에
안착하였다.
(삼성과 LG의 선전문이나 엠블럼은 세계 어느 국제 공항에나 당연한듯 그
자태를 자랑하여서 항상 반갑다.
지나가는 과객에게 무슨 큰 광고 효과가 있겠느냐는 효용성 논난이 있으나
무의식을 파고드는 전략이 있을 것이고 회사의 CEO들에게는 안도감을 줄
것이며 실무자들에게는 일을 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공항 광고판의 레종 데트르, 존재 이유들이다.
광고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상 파울로에는 사실 관광 재료가 많지않아서 뱀 연구소부터 찾았다.
그래도 나중에 코리아타운도 둘러 보고 독립 기념관도 찾아보았다.
앞으로 타이틀을 따로 정하여 올리고자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땀 항공"의 라틴 계통 스튜어디스들은 부지런히
와인과 맥주, 혹은 소프트 음료들을 서비스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국적기의 서비스 수준에 버금가는 분위기였고 매몰찬 미국 항공이
감히 넘보지 못할 아름다운 문화였다.
큰 대륙 여행이어서 이후 "땀 항공"은 땀에 지친 내 여정의 이동수단이
수도 없이 되었는데, 거의 제 시간을 지켜내며 그 풍성한 기내 서비스로
여행객의 땀을 씻어주었다.
특히 남미 쪽은 아직 인터넷 수준이 속도나 편의성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림"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자판을 열심히 찍고 또 찍으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여행객에게 최선을 다하여서 마침내 감사의 말이
터져나오게 하였다.
"오블리가도!"(브라질에서),
"그라시아!"(아르헨티나와 파라구아이에서).
느슨하게 잡은 개인적 남미 여정이어서 20박 21일에 12개국을 단체
여행하는 분들의 총량적 여행 기록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고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닌 족적을 리포트 할 계획도 아니어서 앞으로 틈틈히
몇가지 주제랄까, 제목을 잡고 생각나는 데로 그런 인상을 적어보고
싶다.
예컨데 아마존에서 이틀이나 낚시를 하며 나흘을 보낸 여행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팩션도 한두개 건졌으나 마칠 날은 기약이 없다.
(이과-수는 큰 물, 빅 워터를 뜻한다고 한다. 북미의 나이아가라는 저리 가라할
정도의 규모였다.)
(아마존에서의 낚시와 인디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제목을 따로 정하여
역시 다시 올리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남미 여행이 궤도에 오른 것은 한 3년이 되었는데
여행객 규모로는 년간 3-4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에 비례하겠지만 우리 규모를 1로 보면 일본은 오랜 여행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속 3 정도를 유지하고있고, 중국은 벌써 20 정도라고
한다.
남미 여정의 시발은 상 파울로에서 였는데 이후 리오데자네이로, 이과수
폭포, 부에노스아이레스, 브라질리아, 마나우스와 아마존을 거쳤다.
아마존에서 물린 모기 상처는 아직도 여러곳을 긁게 하는데 말라리아와
뎅기열 후유증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게 의학적 소견이었다.
어제 미국으로 돌아온 첫 기착지는 마이아미였다.
공항과 시내는 수퍼볼의 열기로 가득하였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아직도 날씨는 선선한 정도였으나 뉴욕의 한파에 대비하여 옷을 갈아
입었다.
자정이 넘어 도착한 JFK 공항은 과연 세찬 바람에 기온은 화씨 9도
정도의 매서운 겨울 날씨였다.
아들 집에 와서 눈을 좀 붙이고 겨우 노트 북을 열었다.
CBS에서는 전날 떠난 마이마미의 수퍼볼이 마침내 격돌하고 있었다.
마이아미 공항에 내리고 뜰 때에는 부슬비가 내리더니 이제 경기장에는
비가 퍼붓고 있었다.
공이 미끄러워 패스 미스가 잦았고 그래서 그런지 약세라던 시카고
베어즈가 인디애너 콜츠 보다 먼저 선취골을 넣었다.
물론 나중에는 실펵차이가 나서 지고 말았지만.
피츠버그 스틸러즈의 와일드 리시버, 우리 핏줄 하인즈 워드가 금년에도
수퍼볼에서 뛰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풋볼이 워낙 격렬한 경기이다보니 선수 수명이 보통 평균 3년이라고
한다.
그 기간에 온 몸을 다 부수어 넣고 대략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선수 인생 뿐 아니라 개인의 수명으로도---.
특히 공격조의 라이너들은 몸이 날렵해야하니까 기어도 경장비여서
중장비 기어를 한 수비수에 부닥치면 뼈와 살이 이간될 지경일 것이다.
어쨌든 인디애나폴리스의 명 쿼터백 페이튼 매닝의 활약에 하릴없이
흥분했고 시카고 베어즈의 쿼터백, 렉스 그로스먼의 졸전에 또 공연히
혀를 찼다.
주책없던 흥분의 저녁이 가고 이제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이 나라 사람들의 말에 "먼데이 쿼터백"이라는 것이 있지싶다.
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있는 풋볼 경기의 결과를 다보고 나서
관전평으로 월요일 아침에 이렇쿵 저렇쿵 떠드는 꼴을 이르는 말이다.
누가 다 끝난 풋볼의 "먼데이 쿼터백킹"에 귀 기우리랴.
생각해보니 한 뼘 글 밭을 가꾸는 블로거의 심상이 조심스레 일렁인다.
수퍼 볼 하루 전 날의 마이아미 공항에서---.
경기와 관련한 상품 판매에 공항이 시끌벅적했다.
마이아미 공항 외곽에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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