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고다닌 투어

아마존에서 에어컨이 나오지 않으면---

원평재 2007. 3. 1. 00:48
  

 

 

 

아마존에서 2박 3일을 지냈다.

아마존 밀림과 아마존 강에서 꼬박 3일을 지낸 한국 관광객이 아직까지는

거의 없었다고 현지 안내인이 칭찬 비슷한 말을 해주었다.

칭찬으로 들리니까 속물 근성이 발동한 셈이었다.

 

아마존은 열대우림 지역이다.

지금 이른 봄 타령이 나오는 고향 땅에 돌아와서 찍어 온 사진을 보며 글을

쓰니까 그렇지,

당시 현지에서는 무더위에 고생께나 하였다.

여러 이야기들이 그 속에서 피어올랐으나 오늘은 우선 아마존 밀림 호텔에

들어가던 순간을 회고해 본다.

 

 

밀림 속의 호텔이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목재로 지은

방갈로우 같은 인상이었다.

방갈로우는 아마존 밀림 속을 흐르는 수백개의 작은 강가에 세워져 있었다.

발동선을 내려서 물가에 있는 호텔 현관까지 가는 길은 강우량에 따라서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하였다.

내가 갔을 때에는 가뭄 끝이라 물줄기가 아래로 내려와 있어서 걸어올라

가는 길이 꽤 멀었다.

 

 

 

 

 

 

더위에 걷기가 힘이 들어서도 그랬지만 물이 많아서 현관까지 배로 들어가면

매우 낭만적이었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원주민 포터들이 손님의 짐을 머리에 이고 올라갔는데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어릴때 어머니와 누이가 무거운 짐을 항상 머리에 이고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위가 견딜만은 하였지만 어쨌거나 호텔에 도착하면 시원한 에어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런 기대와 더불어 신기한 주위 환경에 넋이 빠져서 더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목조 방갈로우에 도착했을 때에 실링 팬, 그러니까 천정 선풍기는

그럭저럭 돌아가는데 에어컨은 도무지 가동할 생각을 않고 있어서 밀렸던

더위가 몰려왔다.

 

 

 

 

창문을 열어봐도 바깥 온도 탓에 별로 도움이 안되었겠지만 망 창을 한 문만

조금 열어두고 전체적으로는 문을 닫아두는게 상책이란다.

전갈이나 도마뱀 같은 무리들이 스며들런지도 모르고 파리 모기는 기본이니

문을 잘 닫아두고 파리채는 손이 금방 닿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테라스에

있는 해먹에도 몸을 누윌 생각을 말라는 것이었다.

벌레들이 금방 몸에 붙는다는 것이었다.

 

 

 

 

 

 

일단 무거운 재래식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실링 팬만 돌아가는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으니 정말 가이드의 말대로 세계 각국의 냄새가 총 집결을

하였다.

샤워도 미루고 에어컨을 고치라고 종업원들에게 채근을 하니 태도는 아주

고분고분 하여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일 뿐이다.

 

아무튼 기술자라는 사람이 와서 한동안 주물러 보았으나 대책이 서지 않자

내가 방을 바꾸라고 하였다.

하지만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다.

방은 미리 정해졌으니 바꿀수가 없고 옆방의 에어컨을 뜯어와서 바꾸어

달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옆방으로 가면 너희들도 쉽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그럴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옆방의 에어컨을 떼어서 교체를 하느라 또 반시간 가량이 흘렀다.

땀을 흘리며 기다리는 동안 내가 원주민 종업원에게 사진이나 찍자고 하니

그 큰 몸을 바싹 붙이고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는게 아닌가.

그들의 친절에 달리 화를 낼 수도 없이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에어컨을 바꾸어 다는 비논리와 허리를 끌어안는 친절은 앞으로 접하게 될

아마존이 갖는 특이한 패러다임의 작은 단면에 불과했다.  

 

 

 

 

 

 

  

 

  

 

  

  (이번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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