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국회의원 떨어진 집이 윗층에 있는데 방학 때마다 미국말 하는 젊은이들이 나타났다.전 남편과 15년 살고 이혼하여 지금 남편과는 11년째라고 부인이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진짜 준마 같은 청년 두명이 기세좋게 그들의 모국어를 토해내는 광경이 자주 목도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전 남편의 아이들이었다에드워드 호퍼 작, "철학으로의 유람" (몸과 마음이 따로이다)결혼 식장의 분위기는 축복과 약속으로 가득차 있고 사랑과 온유가 충만한데,오늘날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두 이혼을 골똘히 생각할까.집안의 가장들이 대문을 열어놓고 태평고를 뜯을 때 아녀자에 불과하다고 얕본 그 아녀자들은 그동안 소리, 소문없이 야멸차게도 이혼을 수차례 생각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엿보인다.아, 그나마도 지금까지 지나온 것은 수입이나 재산이 더 늘어난 이후에 거사를 도모하려다가 이럭저럭 하늘의 도움으로(하늘은 대저 불쌍하고 미련한 남자의 편이니까)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도 모를 일이다.어떤 인류학자는 남녀가 사랑할 수 있는 지속기간이 원래 3-4년에 불과한데 이것은 동물이 새끼를 낳아서 길러내보내는 기간과 비슷하다는 주장을 한다.농담이 아니다.생물 사회학이라는 빛나는 이 시대의 학문이다.그렇다면 백년해로란 어차피 자연법을 거스른다는 말인가---.요즈음 젊은이들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이나 실태를 파악할 위치에 있지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독신 남녀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결혼 단계에서 젊은이들이 일단 매우 신중한 자세를 펴는 것으로 볼 수는 있으나,이것이 이혼을 예방하는지 어떤지는 미지수이다. 한 세대전쯤 무슨 연수차 미국의 어떤 대학에서 공밥을 먹으면서 그 댓가로 이런저런 리포트를 제출해야 되었는데,그중의 하나가 어느 주말에 미국인의 이혼에 대한 관념을 수집 정리해 오라는 것이었다(다른 주제도 물론 많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혼한 사람들은 남녀 모두들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자존과 인성이 파멸되었다고 생각했고 남자들은 우선 경제적으로 파멸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결합을 묻는 대답에는 모두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헤어져야 했겠는가. 지옥같은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안창흥 작, "우리도 모델처럼 31" (부부의 차가운 두 얼굴, 섹스와는 무관하다)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도 자기 자신은 참 성공적으로 인생을 가꾼분들이 자녀의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곧잘 본다. 정년을 하신 어떤 분은 아들 삼형제를 참 잘 키웠는데 특히 큰 아들의 경우는 힘든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고급 공무원이 되었고그런 자격과 후광으로 전문인 며느리를 얻었는데 그 며느리가 공부를 계속하는 문제로 아들 부부는 헤어졌다. 그후에 남자는 대학 때 열심히 따라다닌 처녀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이 남자의 어머니는 이제 돌아가셨는데, 살아 생전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동료인 나한테만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 이야기를 여기에 다 옮길 수는 없으나 좀 충격적인 사실 하나만 공개한다. 한번은 이 분이 우연히도 의학 계통의 전문의 자격과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옛날 며느리를 어떤 종합 병원에서 만났다. "잘 지내니?" "네""재혼도 않고 외롭지 않니?""걱정 마세요. 보이 프렌드도 있고 잘 지내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겠는가---. 또 한분의 경우에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경우이다. 여성지에도 많이 나왔다. 이분의 따님은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는데 이제는 중국계 변호사와 재혼을 했다. 이혼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전 남편은 지금 이름난 정치가로 활약하고 있으며나와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가끔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한다.이 분들의 경우는 잘 알려진 경우라서 쓰기가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더 어렵다. 다만 이런 일들이 전에는 매우 희귀해서 뒤에서 쑥덕공론도 벌이고 했는데,이제는 남의 사생활이라고 해서 다들 함구하는 예의는 생겼다. 사실은 예의라기 보다 너무 흔해서 언제 누구의 현실이 될는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조심하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한인 교회에서는 한인 변호사들이 수임 건수를 올리려고 사이가 썩 좋지않은 부부를 꼬득여서 법정(bar)에 나서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아니 흔하지야 않겠지만---.또 이혼한 여자는 위자료 받고 고급 차 빼내어서 정말 보이 프렌드하고 남자 집앞을 어슬렁 어슬렁 드라이브하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한다. 결혼을 계약으로 보는 그들이지만 인간인 이상 복수 심리가 없을리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