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문학 산책

무기여 잘있거라/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원평재 2004. 9. 23. 06:59
오늘은 대중가요 "무기여 잘있거라"에 나타난"포스트 모더니티"(탈 모더니즘 성향)에 대해서 한번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땅의 20세기는 소위 "모단 껄"(Modern Girl)들이 전통 한복 치마 저고리를 벗어던지고 양장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그녀들은 왕성한 독서를 통한 지적 수준의 과시를 위하여 주로 돗수도 없는 개화경(안경)을 쓰기도 했다.한마디로 이 땅의 모더니즘은 지적인 과시와 권위주의로 시작되었는데, 이런 경향성은 물론 범세계적이기도 하다.모더니스트들이 이해도 못하는 프랑스 시인들의 시집을 끼고 다닌 것은 그러므로 지식 권위주의를 과시하는 모더니즘의 한 행태로 이해해야 한다.20세기 문명과 함께 세계의 도처에 들어선 현대판 석조전들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건축물과 외양을 같이하려고 해썼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고전주의가 아니라 모더니즘으로 분류된다.왜냐하면 전통과 권위로 일반 대중을 압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구조주의적인 틀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미국의 마천루들을 모던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모더니즘 시대에 문학이나 건축이나 문화 일반을 지배한 것은 정전(正典) 위주였다.그러나 이제 20세기 중반부터 해체(解體)의 물결이 도도히 밀려왔다.거대 구조물, 예컨데 대도시의 마천루, 거대한 댐, 판박이로 찍어내는 대량생산 체제는 인간의 취향을 식상하게 했고, 또한 자연 파괴라는 거대한 담론을 탄생시켰다.이제 정전으로는 피폐한 환경을 치유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르고 말았다.고전음악의 화성(和聲)과 대위(對位), 정격(正格) 악기의 고고한 음향으로는 인류의 위기와 조바심을 치유하거나 해설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음향 파괴, 가사 파괴의 "레게 음악"이 등장하겠끔한 모멘텀이 바로 이 것이었다.유리와 강철을 사용하여 지은 이상한 형태의 건물이 "포스트 모던"한 것은 결코 아니다. 거대한 구조물이 인간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서있을 때에는 그것은 구조주의의 틀, 권위의 화신이기에 오로지 모더니즘의 세계일 뿐이다.그곳에 일견, 죽은 공간(데드 스페이스)처럼 보이는 틈새가 있고좌우대칭과는 거리가 먼 구조 속에 젊은이들이 기타치고 죽치고 앉을 수 있는 친화력이 있다면,이제 이 건축물은 "포스트 모던"한 해체의 걸음걸이로 우리에게 닥아오는 것이다.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이 피라미드를 본뜬 유리 건축물을 지을 때에하필이면 파라오의 역사적 권위의 상징을 본뜨느냐고 반론이 많았지만,재료가 피라밋의 화강암이 아니라 유리라는 데에서부터 이미 정전 파괴는 시작되었기 때문에,이 건물은 포스트 모던할 수 밖에 없었다."무기들아 잘있거라"라는 노래가 나온지는 이제 꽤 오래된다.노래방에서 이 곡명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내 가슴은 뛰었다."무기여 잘있거라"라는 헤밍웨이의 현대판 고전,이 거대 서사적 존재, 혹은 지적 관념물이 어떻게 이 비좁은 노래방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섰을까---, 여기까지 진전된 내 의식계는 알량한 지적 호기심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내 내부의 모더니즘적인 "거만 끼"가 발동했다고 고백할수밖에 없겠다.그러나 가사와 멜로디를 접하면서 이 생각은, 그리고 이 자세는 싹 바뀌었다.우선 흥얼거리는 타령조가 엄청 전통적 정격 음악의 구조를 파괴하는 멜로디였다.가사의 내용도 구조적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파괴적인 가치체계였다.또한 주인공이 "그녀"인지 "나"인지도 불분명했다.포스트 모던한 문학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이 주인공 문제가 아니던가.주인공이 엄존하는 체계는 구조주의의 체계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이것을 해체한다.이런 가운데에서 여성 주인공이 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매우 당연하다.왜냐하면 이제까지의 구조주의 체계에서는 남자가 주로 주체이고여성은 영원한 타자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해체되는 시대가 바로 지금 이 시대이기 때문이다.사실 구조주의 체계에서는 선/악, 천사/악마, 빛/어둠, 남/녀의 대립항이 엄존하였다.그러한 강고했던 가치체계가 이제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페미니즘이 득세하는 역사적 이유가 되었다.물론 그렇다고 여/남의 순서가 새로 정립되었다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선/악이라는식의 대립항을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무기들아 잘있거라"에서는 이러한 가치체계의 경계가 아주 모호하다.한편 해체주의의 문학 작품은 나레이터(화자)가 또한 불분명하다.작품을 읊어대는 주인공이나 화자가 왔다갔다하고 심지어 작가가작품 중간에 튀어나와서 설명하고는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이 노래 가사의 전개 방식도 그러하다.그리고 서술을 하다가 화자나 작가는 자신이 없으면 일체의 가치판단을 미루고 차연(差延)한다.이 가사에서도 "궁금하지? 어쩌구---"하면서 그렇다면 "간주곡"이 끝나야 "갈켜주겠다"고 흐름을 차연시킨다.포스트 모더니즘의 특징 중의 하나는 패러디이다.권위를 뒤집고 뭉겔 때에 제일 쉬운 방법이 패러디가 아닌가.이제까지 정석으로 되어왔던 체계를 근엄하고 심각한 면전에서싹 반대로 해석하면서 "놀고 있네"하면 아무리 위대한 가치도 "놀고있을 수 밖에" 없다.
무기여 잘 있거라 / 박상민한 여자가 다섯번째 이별을 하고산속으로 머리깍고 완전하게 떠나버렸대첫번째 남자 고등학교때 같은 학교 같은 써클에 남자친구래둘인 열심히 공부했지만 남자친구 대학에 떨어진거야화가나서 군대를 갔고 이 여자는 기다렸지만 남잔 다시 유학 가버렸지 예 예첫사랑이란 안돼는구나 여잔 비관을 했고다신 사랑 않겠다고 맹셀했대그 여자 두번째는 대학 다닐때 미팅갔다잠시 스친 플레이보이였다는구만세번째 남자 사회나와서 같은 직장 남자동료래둘인 첫눈에 반해버렸고 매일 그녀 집에 바래다주었대아~ 그런데 남자집에서 둘의 사일 반대했나봐글쎄 심각한 마마보이였대 워 워~~슬픈 첫사랑 지친 두번째 세번짼 징그럽다고눈물조차 나오지가 않는다고그 여자의 네번째는 선을 본 남자알고보니 다른 여자 양다리 걸쳤다는군내가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환장할 노릇다음 얘기 돼게 궁긍할거야 간주끝나면 계속할게아 그녀의 모진 사랑 중 결정적인 다섯번째는바로 내가 주인공이었어 워 워~우린 서로가 사랑을 했고 결혼도 하기로했지우리 사랑 아무 이상 없었는데그러니까 우리 약혼하던 그 날에 엄청난일 벌이고 말았던거야나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웬 아이를 떡 안고서 나타나게 되었던거야그녀 내게 이 한마디 남겨놓고서아주 멀리 떠나갔어무기들아 잘있으라고

저는 이 글 후,내일부터 추석 연휴를 쉬다가 엿새 후에 돌아오겠습니다.사랑을 주시는 여러분들 한가위 잘 쇠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