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연변의 월간 문예지, "연변 문학"

원평재 2005. 3. 20. 07:41

(연변문학 2005년 3월호)

 

지난 2월   28일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 연길의 국제 공항에 도착하던날 저녁에

월간 "연변 문학"의 발행인인 김삼 대표와 수필가 몇분, 그리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

신문 출판국" 출판처장 등과 저녁을 함께하였다.

김삼 대표는 그 다음날 북경에 있는 "뤼순(노신) 문예원"에서 두달간에 걸친 문화 관련 

교육을 받으러 가는 일정이어서 이 날 회동은 급하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곳 중국에서는 문예지의 발행인도 국가에서 임명을 하고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간다고 하였다.

사회주의 공산 국가를 건설하는데에 정신적 바탕을 공고히 하자는 국가 목표에

헌신한다는 목적 의식을 뚜렷이 피력하는 김 대표였지만 유머에 가득한 언변 속에서

순수 문학의 본질을 찾고자하는 여유있는 심정도 감추지 않았다.

 

 

그날 받은 월간 문예지, "연변 문학"을 통독해 보니 이 곳 연변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과 고민이

처절하고도 눅눅하게 투영되어 있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먼저 이 곳 문인들은 일제 강점기에도 간도 문학은 조국 광복의 염원이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분투노력하였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월간 문예지를 속간해 오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최근의 문학 현상으로 수필 문학이 크게 대두되고 있음에 유의하면서, 그러나 이 곳의

수필 문학 수준은 단순한 감성, 감상적 위상에 머무르고 있어서 보다 문학성이 투철하고

각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이 있는 전문 에세이스트의 도래를 갈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갈구는 이번 호에 "수필시대, 그 막은 열리는가?"

라는 좌담회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되어 있었다.

 

(내가 잠시 반년간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눈이---)

 

시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도 낭만 주의 시대적인 감성의 표출과 탄식이 여과되지 않고 표현되는

범주를 볼 수 있었는데 모더니즘 시대 이래의 새로운 시학을 바탕으로한 낯설게하기와 주지적인

새로운 시도가 요청 되기도 하였다.

 

(왼쪽 내가 잠시 사는 곳은 아무 것도 아니고 여기 그들이 사는 마을이

영원한 삶과 문학의 주제---.

물론 이 마을도 곧 재개발에 들어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소설 분야로서 단편 소설이나 연재 장편 소설 모두가 이 곳 동북 3성 지대

조선족 동포들의 이 시대의 애환이 절규하듯 묘사되어 있었다.

이 광야의 거친 언어로 조탁된 그들의 절규는 산업사회와 대외 개방 체제에 따른 가정과 가족의

해체가 대부분의 주제를 이루고 있었다.

(조선족 학생의 60-70%가 편부, 편모 슬하에 있다고 한다)

 

류정남의 "숫사자의 포효소리 들립니껴?'에서는 이곳 연변의 조선족 남자들이 남한이나 중국의

잘사는 도시로 나간 부인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병든 이 곳 사내들을 역시 병든 숫사자가 되어

포효하는 모습으로 담아놓고 있었고,  김혁의 장편 소설 "국자가에 서있는 그녀를 보았네" 역시

혼인 소개소를 통하여서 남한으로 가는 여인들의 상호 경쟁과 배신, 남은 여인들은 밀항을

해서라도 병든 남편을 뒤에 두고 떠나야하는 사연들이 처절하게 형상화된 이야기이다.

 

(진료소 간판이 희미하지만 우리 모두 정신 구석구석 진료를 받아야하지 않을까)

 

우리 남한 사회에서 멸시 받는 조선족 여인들의 출신지에서는 이러한 비정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작품 어느 구석에도 남한 사회를 비난하거나 적대시하는 정서는 배어있지 않고

그저 현실의 비참함 만을 구구절절이 운명적 서사로 그려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연변문학이 비극의 함지박 노릇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권두언, "삼각주, 그리고 록색문학"에서 김철 시인이 포효하듯 동북아 경제의 "금빛 삼각주",

이 땅이 다시 문화의 삼각주가 되자는 염원은 머지않은 장래에 반듯이 이루어 질 것임을

나그네는 확신할 수가 있었다.

 

(연변에서 제일 큰 신화 서점에서 2004년도 발간, "월간 연변 문학"을 모두 샀다.

"쌍월간 즉 격월간 장백산"은 한권만 우선 샀다. 역시 쌍월간인 "도라지"는 보이지 않았고

여성지 "연변 녀자"는 2003년 판만 두권 보여서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곳에 관한 정보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서 폐간이나 되지 않았는지---.)

 

한편 며칠 후에 만나게 된 "중국-연변 작가 협회"의 김학천 주석은 연변 조선족 작가들

중에는 한자로 작품을 쓰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말로 활동을 하는 많은 작가들도 중국 중앙

정부로 부터 특별한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같은 한글로 작품활동을 하는 미국의 한인 작가 협회와는 또다른 차원으로 독특한

위치를 중국 중앙 정부로부터 확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 장을 따로하여

소개하기로한다.

 

(그렇다고 미주 교포 문학이 현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비교 의식의 각을 세우는 입장은 

물론 아니다. 서로가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고 독특하다는 차원임을 밝혀두고 싶다).

 

2005년 3월 연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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