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김유정 문학촌 실레 마을에서

원평재 2009. 10. 13. 16:16

 

 

김유정 문학관에 들린 것은 인제군청에서 개최한 박인환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김유정 문학마을에 중간 기착을 한다는 일정이 더욱 반가웠다.

김유정 문학촌은 내가 육군 소위 계급장을 달고 청춘시절의 일부를 보냈던 강원도 춘천의 변경에

자리하고 있지 않던가.

 

물론 육군 소위 시절에는 김유정의 그림자도 그려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지냈지만

작가의 고향과 내 추억의 고향이 오늘날 이렇게 합일하면서 새롭게 가슴을 뛰게하다니.

 

청년 장교 시절 나는 이곳 인근을 흙먼지 날리며 지프차나 군용 트럭에 몸을 싣고 돌아다녔다.

당시 군복 속에서도 낭만적 에스프리가 소멸되어 있지는 않았으련만 문학 작가의 고향을

떠올리며 한가롭게 지내지는 못했던 모양같다.

 

 

이제 마침내 문학  기행에 나선 문인들을 태운 리무진 버스가 "남춘천"이라는 이정표 쪽으로

꼬부라져 들어설 때 내 몸과 마음은 청년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대면하는 "춘성군", "신남면" 등등의 지역 표지에서도 내 마음은 멍멍해지고

아침에 쥔 일정표의 "점심 : 닭갈비"라는 구절에서도 가슴이 벅차올라 있었다.

 

우리의 청춘 시절에도 춘천에는 닭갈비가 있었다.

그때의 닭갈비는 정말 계륵이나 닭발을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닭갈비 뼈다구니는 다 발라내고 살코기만 미리 솥에 쪄서 다시 철판에 올리고

채소와 갖은 양념으로 버므려 먹는 식의 음식진화가 이루어져서 옛맛은 아니다.

순전히 맛이나 먹을 때의 편리성으로만 따지자면 우열이 금방 가려지겠지만

옛날과는 무연한 맛이 입속에서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무늬만, 아니 이름이 같은 음식을, 상전벽해가 되었으되 아직도 같은 이름을 쓰는

옛 주둔지에서 먹는 노병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참으로 춘천은 추억의 거리이다.

 

    

 

 

김유정(金裕貞 1908 - 1937)은: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여 서울의 휘문고보를 졸업하였다.

 

 

1927년 연희전문에 입학했으나

맏형의 금광 사업 실패와 방탕으로 집안이 기울자, 학교를 중퇴하고 한동안 객지를 방황하다가

1929년 고향 춘성군 신동면 실레 마을로 돌아왔다.

1930년 늑막염을 앓기 시작한 이래 평생을 가난과 병마에 시달렸다.

1932년 실레 마을에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세워 불우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으며,

1935년 '구인회'에 가담해 김문집·이상 등과 사귀었다.

1935년 단편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중앙일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1935~37년까지 2년 동안 단편 30여 편과 장편 1편(미완), 번역소설 1편을 남겼다.

29세 때 누나 집에서 결핵과 늑막염으로 죽었다.

1968년 춘천 의암호 옷바위 위에 시비가 세워졌다.

대표작에는 '소낙비', '노다지', '금 따는 콩밭', '봄봄', '동백꽃', '따라지', 등이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은 토속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농촌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농촌의 문제성을 노출시키면서 그것을 능동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웃음으로 치환시켰다.

그러나 그는 세계 인식의 방법에 있어서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 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인간의 모습을 희화화함으로써 투철한 현실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래의 실레마을은 이곳에 조금 더 들어가는 곳인데 수몰이 되었다고 들은 것 같다. 

 

 

 

 

 

 

김유정문학촌은 매년 10월, ‘김유정 소설과 만나는 삶의 체험, 30년대 실레마을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당시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김유정 소설보다 더 소상한 농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춘천시 신동면 증리 김유정 문학촌 일대를 춘천지역 첫 문화시설로 지정되었다.
문학 촌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촌장인 전상국 소설가 직접 진행하는 안내프로그램도

인기라고 한다.

여기에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문학행사도 문학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도 그 추억의 장소에 다시와서 섰다.


 오른쪽의 문협 평론 분과 위원장인 오양호 평론가는

"동백꽃"의 원본이 이곳에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왼쪽은 소설가 허빈 선생이다.

 

 

 

 

 

 

  

  

 

 

 

왼쪽 인물은 연변대학 조문학부의 김일 교수이고

오른쪽은 강남 문인협회의 회장으로 우리 일행이었다.    

 

 

 

 

  

 

   

 

 

 

 

 

 

  

 

 

 

 

 

 <김유정 마을 스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