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성균관과 대학로에 멈춘 시간 속에서

원평재 2009. 10. 24. 08:45

멀리 카나다에 사는 친구가 찾아왔다.

고국을 떠난지는 38년, 고생 끝에 석세스 스토리를 구축한 이 친구는 여러해 전부터 매년

고국에 온다.

매년 "세계 한상 대회" 때에도 빠지지 않고 기타 또다른 비즈니스 칸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도

온다.

흰머리칼을 날리며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이번 방문에는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관련의 교류를 주선하기 위한 목적도 하나 더 들어있다.

명문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의대, 치대와 한국의 같은 전공 분야 대학이

교류하도록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온 것이다.

날을 잡아서 중등학교 동기인 성균관 대학교의 서정돈 총장을 함께 방문하였다.

총장실은 성균관 600주년 기념관의 3층에 있다.

  

 

 

 태평양 연안의 국가들이 21세기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협조가 급선무라는 선각의 제안들이 오고갔다.

카나다의 친구는 뱅쿠버 한인 문화협회의 회장을 맡아서

오랜동안 교민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다.

지금은 모두 젊은 사람들이 나서고 후견의 역할만 하고있다.

 최초의 연방정부 상원의원에 한인 여성이 진출한 데에도

그가 어릴때부터 오래 정신적 멘토의 역할을 한 일은 교민들에게도 잘 알려져있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대학 정문 옆에있는 명륜당에 들렀다.

길 옆의 측문은 주로 잠겨있어서 방문객들은 보통 정문 앞에 있는 은행나무들만 보고 혀를 내두르는데

사실 수령 600년에 가까운 은행나무는 유림회관 옆, 명륜당 정문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다.

고즈넉한 경내에 엄청난 둘레의 거수, 암수 두그루가 청청하게 서있다.

 

    

  

 

평소 조용하던 이곳에 이날은 학생들이 야외수업을 온 모양이다.

정경이 보기 좋았다.

  

 

 

 

 

 

600년 성균관 경내를 걷는 친구의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멈춘 속에서 문득 자기 성찰에 들어간듯 하였다.

 

   

 

 

아쉬워하며 600년 시간을 빠져나오자 내 친구는 대학로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인사동은 많이 가봤지만 대학로는 한번 밖에 못가봤다고 하였다.

그의 기억속에 대학로 천변의 나무들이 남아있다고 하였다.

아, 마로니에!

우리는 소리쳤지만 이날 마로니에 공원에는 들어가지 않고 찻집에서 오래 담소하였다.

 

하지만 그를 예총회관 근처, 김광균의 시비 앞에는 서게하였다.

정으로 쪼아놓은 시는 설야(雪野)였다.

고등학교 다닐때 흰눈 내리는 소리를 "여인의 옷벗는 소리"로 은유한 이 싯귀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낄낄대었던가.

50년 시간이 600년 시간보다 더 절절히 우리의 가슴을 에이고 시리게 하였다. 

 

 

김광균-설야-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휴대폰에 손이 자주가는 내 친구의 모습이

마치 시간을 보는 것 처럼 내게 느껴졌다.

 

 

 

 

 

 

  

 

  

 

  

 

 최근 완성된 대학로의 벽천 분수와 물길이 이채롭다.

 

 

  

 

 

   

 

  

 

 

  점심에서 저녁으로 넘어간다는 표지를 내다거는 손길이다.

하루만 해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거늘---.

 

 

 

 

 이날의 스냅 스토리의 끝은 젊은이들을 내세운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황혼의 시간이건만 젊은이들은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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