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여름 소나기처럼 내리는 일요일 아침에 한인 교회를 찾았다.
피츠버그에는 유학생 포함 한인이 3000명 내외라는데 큰 한인 교회가 둘, 작은 교회도 서넛이 된다고 한다.
딸네가 사는 곳은 노쓰 쪽이었지만 교인이 제일 많이 모인다는 남쪽의 한인 교회를 찾아갔다.
가까이에 피츠버그 대학과 카네기 멜론 대학이 있는등, 젊은 학생들과 부부, 지식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내심 관심이 큰 곳이었다.
생각보다 교회가 크고 고풍스럽게 아름다웠으며 목사님의 설교도 분위기에 맞았다.
이날은 아이티 지진 참사에 대한 강해도 시의적절하였고 감명이 깊었다.
교회는 원래 170년 전에 세워진 석조전인데 12년 전에 한인 교회에서 사들이고 크게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전에 다른 데에서 들은 이야기로 백인 교회들이 신도가 사라지자 거기 빌려서 쓰던 한인들이 인수를
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1달러만 든 데도 있다고 하였다.
무상으로 증여를 하면 세제 관계도 있고 인수인계에 따른 지역사회의 분위기상 은혜롭지도 않아서
그렇게 하였다는 설명이었다.
그런가하면 의사인 내 막내 아우가 장로로 있는 디트로이트 사우드 필드 교회는 몇년전 크게 성전을
신축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뉴저지에서는 가까운 친구의 안내로 웨인에 있는 베다니 교회를 나갔는데 크기나 내용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성전의 규모가 은혜의 규모와는 별개이리라.
예배 후에 지하에 있는 친교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콩나물 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하나로 끼니를 떼웠는데 맛이 꿀맛같았다.
모두 콩나물 국과 김치 맛 덕분이었다.
저기 보이는 백인은 앉아서 잘 보이지 않는 한국계 미국 여인과 약혼자 관계인데 우리처럼
오늘 처음 온 신자였다.
나중에 딸네에게 그녀가 이야기한 바로는 아주 어릴때 미국에 양녀로 들어왔다가 이제 결혼
때가 되니까 모국인이 그리워서 인터넷으로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한꺼번에 이렇게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을 만난 것도 처음이라서 감격적이었다고 한다.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밖에 몰랐다.
펜실베니아 백인 시골 마을에 살다보면 얼굴 색갈만으로는 무인도 생활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주택 세일 광고가 많이 붙어있다.
이곳은 한때 백인 부자들이 사는 동네였으나 지금은 가까운 대학가의 젊은이들이
렌트를 많이 사는 그렇고 그런 동네가 되었나보다.
밤에는 치안 문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슬럼가는 아니었다.
비가 오는데도 자깅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겨울비 내리는 거리는 을씨년스럽다.
거리에 내리는 비는 내 마음에도 내리네---,
정공채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Aiken Ave의 안쪽에 교회가 있다.
이제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피츠버그 철강 도시답게 Iron City Beer 광고가 이채롭다.
아직 마셔보지 못했거니와 한달 보름간 술을 두번 밖에 마시지 못하였다.
모두 이곳 친구와 함께 서부에서 한번, 동부에서 한번.
아, 동부의 친구가 만났다 헤어질때 싸준 막걸리 캔과 작은 포도주 한병을
나중에 집에서 마신 기억이 있다.
"랜디 포슈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삶에 관하여 책을 썼다".
이런 포스터 간판이 피츠버그 시에는 유난히 많이 붙어있다.
포슈는 이곳 카네기 멜런 대학의 컴퓨터 관련 교수였다.
연구와 특허로 그는 돈도 많이 모았다.
그러나 췌장암으로 2년전 죽으면서 그가 자녀와 젊은이들에게 남긴 가장 고귀한
유산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성취 동기에 관한 그의 설파였다.
죽음에 임하여 행한 last lecture는 감성적일 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호소력에 만인을 울렸다.
values.com은 물론 스폰서가 각 영역마다 포진하고있는 웹사이트이다.
그러나 공익적 성격이 다분한 정보 센터라고 할만하다.
이 곳은 앨리게니 강이 또다른 강과 합수하는 곳이다.
앨리게니는 아팔라치아 산맥이 뉴욕 근방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초기 식민지 시대의 문학 배경이 되는 곳도 엘리게니 산맥 일원이다.
"립 밴 윙클"이나 "슬리피 할로우" 같은 워싱턴 어빙의 야담과 실화 이야기도 모두 여기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앨리게니 강도 그 산맥에서 흘러나왔다고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하인즈 식품의 제조창 같은데 글자는 이 방향에서 잘나오지 않았다.
캐첩과 마요네즈의 그 하인즈 공장 말이다.
'하인즈 워드'가 뛰는 '피츠버그 스틸러즈'의 구장, '하인즈 필드'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피츠버그를 지역 프렌차이즈로 하는 스포츠 팀으로는 야구의 '피츠버그 파이어레츠'가 있고
아이스 하키의 '피츠버그 펭귄'도 있다.
동방 정교의 교회 모습같은 건물이 눈에 뜨인다.
깊은 내용은 확인할 길이 아직 없다 .
사진을 모으다가 에러가 났다.
비내리는 귀가길로 이번 통신을 일단 마감합니다.
오늘도 날은 흐린데 내일과 모레는 또 눈이라는 예보입니다.
눈이 내리고 나면 단편 "설국에서"의 속편이 나갈 것입니다.
'피츠버그의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라비아 거리 (Pitts 산책 5) (0) | 2010.02.05 |
---|---|
하인즈의 굴뚝 (Pitts 산책 4) (0) | 2010.02.02 |
파스텔 풍경화 속에서 (Pitts 산책 3) (0) | 2010.01.30 |
피츠버그에서의 심미적 산책 2 (0) | 2010.01.23 |
피츠버그 심미적 산책 1 (0) | 201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