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ABC Vs DEF

원평재 2011. 8. 11. 20:57

 

 

보는 이의 열락은 어느 순간이 지고(至高)일까

"잔디깎기"  영상의 백미는

깎이 일꾼이 줄 잡아당기는 순간 

쎄루모다(cell motor) 돌리는 그 찰나 그 장면

짧고 긴 여운

 

땡볕 아래 겪는 그의 신산(辛酸)에도

그건 탄산수 한잔같은 보너스

당기는 그 손맛은

그의 독점

배타적 완성미

 

목책 옆 그늘에서

아시아에서 온 잔소리꾼 늙은이 되어

일꾼에게 말을 건다

"잔디밭에 가끔 뿌려주는 제초제나

월남전 때의 고엽제가 모두 한 통속

환경파괴,

다이옥신 품은 레인보우 에이전트 물질이라는 건

우리시대 상식의 ABC 아니겠소, 젊은이?"

 

어깨 으쓱하며 그가 더디게, 답답하게 답한다

"나는 DDD DEF, 데프 올시다

어려운 말은 묻지 마시오"

 

세상에!

귀가 먹으면 반벙어리 된다던데

말씨 어눌한 걸 보니

거짓은 아닌가보다 

잔디 깎기 계약은 입이 아니라 인터넷으로만 하고

현장에서는 긴 말 없이 상대의 입술만 읽는다고

 

홍수 뒤에 발목 지뢰 툭툭 불거지듯

묻힌 진실이 삐죽삐죽 나오는 불온한 시대지만

개인적 삶의 자세로는 진정 부럽구나

이순이 훨씬 지나고도

듣보잡이의 이목에 신경쓰며 사는 내게

씽긋 보낸 그의 두툼한 윙크

 

세상 언사들 

듣고싶은 것만 가려서  "본다"는

저 강고한 의지의 시늉

 

 

팀장, 의지의 Deaf

 

 

 

 

부지런한 이웃들

 

 

 

 

게으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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