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엠)
흔들의자
골동품 가게에서 흔들의자를 하나 샀다
값은 좀 깎았어도 택택하였는데
힘들여 집에 갖다놓고 보니
다시 고물
흔들 흔들 여유로웠던 의태어가
시간 속 셀수없이 수고로웠던 중심잡기의
미분-적분으로
이제는 정신도 거의 놓고
가냘픈 삐거덕
의성어로 탈진 중
녹슨 케네디 흉상
갑옷이 상한 일본무사
찢어진 '체 게바라'의 유화 인물상
켸켸묵은 생활즙기
높고 낮게 상처 간직한 설합장들과
들쭉날쭉 섞였을 때는
수준 갖추었던 그 형상 다 어디로 가고
홀로된 의자는 다시 고물로 돌아와
송구스런 비명이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 경로증으로 거져 와서
거기 한 구석 노인 대접 무료 이발하고
가까이 종묘 공원 옆골목에서 정오 되도록 줄 섰다가
치열하게 점심 때우는 나의 타자(他者)들
내 무리들
자신 있게 고개 들었으면 좋겠어
어깨도 좀 펴고
함께하면 홀로도 솔로도 아닌걸
어느 추운 겨울날 저녁
낙원상가 뒷골목 노인정 선술집 앞에서
분칠 심해도
여염집의 할미들과
무슨 수작 끝에 서로 고함쳐 싸우다가
이내 화해하던 영감들
눈에 선하다
집에 있으면
몸도 못가누고 흔들거릴 할미-영감 고물들
모여 있으니
사람냄새 제법 풍기더군
피츠버그 근교의 유명한 골동품 가게
골동품 가게 건너편 중고 농기계점
그리어 가슨의 시대도 이제 쥬라기 시대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스트라디바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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