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필마로 돌아드니

원평재 2011. 8. 22. 00:32

 

 

 

 

(포토 사설시조)

   

필마로 돌아드니

 

지나치다 우연히 눈여긴 마을

무엇이 이끌었나 못내 다시 찾은 마을

깊이 들어가 볼 만 한

속 있는 골목은 보이지 않고

텅 빈 얕은 길

속빈 강정모습이

공단 생기기전의 내 고향마을

 

단지

여기는 소멸의 퇴로

고향 길은 지나놓고 보니 폭발적 생성 직전의

고요의 진로

두 좌표의 교차지점 그 우연한 포갬이

필연으로 나를 지금, 여기 불러내었나

 

고향은 추억에 숨어서

무심을 가장하다 짝 맞추면 튀어나와

강하지도 여리지도 못한 내 마음의 현에

어사 중간으로 부닥치면서

비브라토 그 여음으로

골수에서 뼈 이음매까지

실핏줄에서 세포까지

울리고 또 울려서 아픔 끝의 혼절 속에

마취제 되어 허한 희열로 이끈다

 

에반즈 시

이제 텅 비었으나 아직 뼈대는 남은 마을

맥도날드 하나 키우지 못하고

황폐한 간판만 시커멓게 만든 곳

떠나가는 사람들의 소도구만 골동품 가게로 내 몬 마을

철강도시가 고로의 불을 하나씩 꺼가던 지난세기 후반 이래

위성도시가 살아남을 여지가 어디 있었으랴

 

길손에게 허락된 밥집 궁금하여 둘러보니

작은 피자가게 둘

중앙로 마주보며 은인자중으로 그나마 남았는데

손으로 치고(hand tossed) 돌로 굽는다는(stone baked)

‘수타 맥반석 피자’가 언제 나오기나 하려는지

시간이 졸고 또 조울고

인고의 흐름으로 가고 또 가더니

 

얼 수

그 맛깔은 느린 만큼 또 깊어서

빈속에 찾던 순대국밥과 멸치 국수를 회상시키는 마을

 

추억은 싫어

추억이 싫어

여기 자동차 빵꾸 때우는 곳은

내 추억의 한촌

고물 자전거포와

저 신작로 소실점에서 마주치는

매듭과 결

 

일손이고 길손이고 모두 어디로 떠나가고

빈 공간에 바람만 남은 두 마을

간이 정류장에는 인적도 지붕도 모두 내려앉아

남은 거라고는

추억으로나 이어갈 두 마을

 

한때 떠들썩했던 공단 마을도 먼지바람 만 분다고

최초로 여성 부동산 가게 열었다고 뻐기던 초등학교 동기생의

먼먼 이 메일

시집 올 때 갖고 온 자개장도 민경대(面鏡臺)도

모두 골동품 점으로 보내고 떠나야겠다는

말년 유목민의 탄식도 무의식 가운데에서

나를 이곳 에반즈 시로 이끌었나

 

페파로니와 버섯을 듬뿍 올린 동네 피자를

트림 나올 때까지 천천히 먹고는

골동품 가게에도 하릴없이 들렸다가

여기도 이젠 망종 떠나는 나그네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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