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올라간 모양새입니다.
이곳이 황금향으로 들어가는 초입이었으니 배가 하늘인들 못 올라가리.
얼마전 가까운 친구가 건네준 소설체 경제서적 <화폐 전쟁>을 읽었다.
중국출신의 이코노미스트인 저자의 저술에는 소설적 상상력이 상당히 가미되어 있었으나
팩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결국 세계경제 질서는 금본위 태환 경제 체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달러 찍어내기 경제는 곧 종언을 고한다는 줄거리였다.
저자가 책을 쓴 것은 몇해 전이었고 친구가 내게 선물한 것도 꽤 날짜가 지났으니
결과론으로 말하는 경지를 떠나서 예견, 예언적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는 책이었다.
유태계 자본가 "로드 차일드 일가"가 전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움직인다는 사실 반,
상상력 반의 이야기도 음모론 성격의 토핑이 되어 맛있게 얹혀있었다.
책을 선사해준 친구는 미국에서 금은 중심의 보석상을 하고 있는데
과연, 금 선물시장에도 미리 투자를 해 놓아서 내색은 않지만 표정관리가
쉽지 않음을 옆에서 읽을 수도 있었다.
하여간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한때 외면되기도 했던 황금은
가치 보장의 최후, 최종 수단이자 최고의 수단으로 당당히 되돌아온 것 같다.
그래 그런지 인간은 금이라고 하면 사죽을 못쓰고 어떤 최면에 걸리는듯 싶다.
1849년의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때가 그러하였고 그 후의 알라스카 골드러시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콘 강 지류 클론다이크 강변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접한
시애틀 시장과 경찰 서장은 현직을 급히 내던지고 금광으로 달려간 것만 보아도
이 물건은 욕망의 환유 이상을 내포하고 있는가 한다.
요지경이다.
그 흔적이 남아있는 알라스카 내해 북단의 스케그 항구 마을과 거기서 출발하여
금이 나온 클론다이크까지의 가파른 산길은 항상 눈이 덮혀있고 험준하여
화이트 패스라고 이름 붙여진 고난참담의 길이었다.
하지만 황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게는 낙토를 향하는 카핏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말과 인력으로 처음 이 길은 뚫렸으며 여러해가 지나서야 기차길이 완성된다.
신새벽, 배가 땅을 쪼개듯한 기세로 이곳 전초기지 스케그웨이 마을에 달려듭니다.
알라스카 크루즈는 빙하와 깊은 인연이지만 "연어"와 "엘도라도" 이야기가
앞장을 섭니다.
연어는 재상봉이라는 개인사로, 엘도라도는 세상사의 반영인가 합니다.
빙하 이야기는 다음호에 기대하시고---.
캐빈에서 내다본 육지가 벌써 예사롭지 않다는 편견을 일으킵니다.
엘도라도의 꿈은 항상 제한적이고 몽롱합니다.
여명을 찍으려고 새벽에 올라간 상갑판에서도 구름 때문에 결국 최종 실패합니다.
여명을 잘 찍는 친구 사진작가들의 노력과 수고와 행운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다만 신출귀몰하게 일출, 일몰을 몰고다니는게 아니고 수많은 실패 끝의 월척이라고
합니다.
일출은 일기예보도 통상 무시하고 구름 한조각 만으로도 연분홍 꿈만 선사하며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루 농사가 끝나는 순간이지요.
일출 대신에 헬리콥터가 위문 비행을~~~.
Ash-tree라고 하는데 20년쯤 전에 이 마을의 특징으로 삼고자 심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뜻은 없는듯 싶지만 혹시?
철길은 항상 가슴을 뛰게합니다. 왜 그럴까요? 철길이기 때문이지요?!
표지와 구조물도 모두 예사롭지 않습니다.
배와 기차와 마차가 들락거리던 곳이니까 도크 표지도 쓸모에 따라~~~.
기관차 앞에 달고서 눈을 치우는 장치, 터널을 뚫는 기계로 착각할 만큼 어마어마 합니다.
"역전 앞"의 낯익은 정취
배에서 내린 사람들도 관광물로 둔갑합니다.
붉은 양파를 내 세운 이 업소도 골드 러시 때에 유명했다고 합니다.
내부 사진은 아래 쪽에~~~.
산악 기차를 타야할 사람들에게 쇼우 선전이 먹히는지 모르겠군요.
그 많던 인디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쇼우 윈도우의 인형으로만 남았는가---.
지금은 상주 인구 700명, 한창 때는 일만명에서 삼만명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여자는 드물었을 것이고 붉은 양파 값은 천정부지로?
붉은 양파집은 지금도 예전처럼 아래층은 바아이고 이층은 따로 돈을 내야 출입이 됩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설쳐서 그런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기에 그냥 올라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지요.
하지만 마담의 마음이 변할까봐 급히 찍느라고 포커스를 맞추지 못하여 좋은 그림들을 많이 버렸네요.
좋은 그림이란 물론 주관적 평가에 불과합니다.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마하)"도 거기 있더군요.
마드리드의 거 뭣이던가 하는 데에서 본 것 보다 더 리얼합니다.
금 캐러온 광부들의 심미안도 리포터의 수준과 비슷했겠지요~~~.
이 여인의 가슴에 달러가 많이 꽂혀있습니다.
칭파오처럼 터진 치마 사이로 과시한 거들에는 더 많았던가~~~.
이 집 벽에는 요강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방마다 요강단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산업화 초기의 청계천, 미아리, 신촌 모래내 풍경이 이랬던가요?
최신 버전으로 말해보자면 소는 누가 키우고 요강은 누가 비우나---.
양지와 음지인가요?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만들며 설산은 의연하게 거기 있습니다.
기관차가 두대 붙어서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임무 교대를 하는 모양인지
워낙 힘이 딸려서 그런지 이마를 따로한 기관차가 끌고 밀고 하는 형국입니다.
산악 열차는 이제 떠납니다.
예전에 놓았던 철로 구간이 위험하게 걸려있군요.
대머리 독수리, 아니 흰머리 독수리가 변경에서 고독합니다.
보는이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겠지요
고난의 길이 중간 중간 그 흔적을 보입니다.
이 길로 사람과 말들이 다녔는데 약 3000마리 가량이 계곡으로 떨어져 죽었다고합니다.
사람들도 동사, 아사자가 많이나서 급기야 휴대짐의 무게를 얼마 이상으로 하는
법율이 제정되었답니다.
지금 그 최저 무게를 잊었지만 하여간 1톤 이상을 짊어져야 통과했다는 식의
끔찍한 수치로 기억을 턱걸이 합니다.
황금욕이란 그런가 합니다.
미국-카나다 국경선에 세워진 정계비인 모양입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이 허무합니다.
이 장면을 스쳐지나간 다음에야 이 그림을 놓친 주변의 찍사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대략 리우에서 본 십자가 같았다는 것입니다.
나도 얼떨결에 찍은 사진을 되돌려 볼 엄두를 못내고 다음 장면들을 계속 담는 것입니다.
2003년도 리우에서 찍었던 사진 한컷을 덕분에 찾아내 보았습니다.
산정 호수와 전봇대도 한 그림을 합니다.
카나디언 록키의 에메랄드 호수, 자스퍼의 색조 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하여간 카나다 땅이라서 "초록은 동색"인가 합니다.
드디어 문명의 땅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야외 설치 미술인지 쓰레기 하치장인지 문명은 오염 그 자체입니다.
이제 집으로, 아니 캐빈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새벽에 일출을 노리다가 가까워진 사람입니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사는 미 해병대 출신입니다.
자신의 사진 작품을 넣어서 명함을 만들었는데 타산지석이 될듯합니다.
스킨 스쿠버 다이버로 손에든 카메라가 그런 방수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 좋아하는 분들의 참고로---(다 아시겠지만).
금지구역으로 올라가서 일출을 노렸으나 결국 포기한 신새벽에---.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 1897-1898 >
1896년부터 1989년까지 금을 찾는 사람들(금광업자들)이 알래스카를 통해 캐나다 클론다이크(Klondike)의 새로 발견된 금광지역으로 밀려들어왔다.
금이 Norton Sound의 Nome 근처에서 발견되자, 1900년도에 또다른 모험가들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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