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Rain과 Train

원평재 2012. 6. 18. 05:14

뉴욕을 떠나기 전날, 맨해튼의 여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귀국 일정이 있어서 성수기의 비행기 표를 전부터 웨이팅으로 해놓고 있었는데

빈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항공사에서 왔다.

 

 

떠나기 전날밤

맨해튼 <마음 갤러리>의 박한홍 화백 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하였다.

김옥기 관장님의 초대였다.

오후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거리를 오가며 맨해튼의 여름을 담았다.

 

 

감각이 무딘 딜레탄트의 자격으로 개성있는 뉴요커들의 여름 모습과

그보다 더 신선한 갤러리의 모습을 담고

다음날 훌훌히 귀국하니 문학의 밤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갤러리 리셉션의 타이틀은 비(Rain),

서울 문학의 밤 행사 자리는

옛 서울역 4층의 레스토랑, Trains.

 

최근 사진작품 세계에는 원판을 프린트한 캔바스에 오일 페인팅을 덧칠 하거나

조형물을 덧대어 붙이는 작업이 유행하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도 바탕 그림이 너무나 치밀하여서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만의 말씀이었다.

오일 페인팅으로 정확하게 기본 형태를 구상 형식으로 그린 다음에

그 위에 비가 내린 앙포르멜 기법을 가미한 것이었다.

익숙한 거리가 비로 인하여 deform된 시적 환상을 머금고 있었다.

 

"거리에 내리는 비는 내 마음에도 내리고 있네"

뽈 베를렌느와 정공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박한홍 화백과 함께

가운데 김옥기 관장님과 함께(왼쪽은 변종곤 화백)

 

내 마음에 눈물비 오네

 

거리에 비오듯이

내 마음에 눈물비 오네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이 슬픔은 무엇일까?

 

땅위에 지붕위에 내리는

빗소리의 처량함이여,,,

속절없이 외로운 마음 울리고

오, 빗소리, 비의 노래여

 

서럽고 울적한 이 심사에

뜻모를 눈물만 덮히네

원망스러운 생각이라도 있는가

이 괴로움 알길 없구나

 

사랑도 없고 원한도 없으련만

어이해 내 마음은 이리도 괴로운가

이렇게 괴로운 까닭 모름이

괴로움 속 괴로움인가 보네.

- P, 베를렌느

 

 

 

박 화백 부인의 내조(오른 쪽)

왼쪽 딜레탄트 두사람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근무하는

Sonia Lee와 Nicol Cole

 

 

왼쪽에서 두번째 변종곤 화백의 해설도 인상적이었다.

 

 

갤러리의 수장고도 언제 소개할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다.

6월의 날씨치고는 더웠다.

뉴욕 시립 도서관 뒤켠의 브라이언트 파크를 또 찾았다.

유진 오닐 극장 앞에서 뮤지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지쳤다.

 

아, 광화문이 그 사이에 가림막을 걷어치웠다.

 

 

문우들이 불러주어서 문학의 밤 참석 전에 서울의 문화가를 답사하였다.

브레송의 사진 작품전

 

 

12시 부터는 내부 촬영이 금지된다는 이상한 규정 때문에 주변부만 스케치 하였다.

아래는 작품을 운반해 온 컨테이너

설치 미술같았다.

 

 

옛 서울역 4층에 자리한 Trains

지금은 조용히 지내시는 선배, 정해창 고문님의 축사 다음에

전임 회장으로서의 격려 회고사를 하였다.

 

이제 전임회장의 자리를 물리고 멀리 떠나 있으면서

"장강의 뒷물결은 앞 물결을 밀고, 새 시대의 새 사람은 옛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회고사의 화두로 삼을까 싶었으나

허드슨 강과 한강 변에 거처를 마련하여 살아가면서 생각해보니

"물이 파도와 떨어지지 않고 파도가 물과 떨어지지 않는 이치"처럼

항상 경맥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합일되는 경지를 느낀다는 감회를

여러 동문 문인들과 잠시 나누었다.

 

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

水不離波 波不離水

 

사무총장 손수일 변호사와

전문 "시 낭송인"

 

고향의 골목길 시인(오정미)도 특별히 참석하여

향수를 돋우었다.

 

정가 학교를 열고 있는 후배 동문

문학이 중심점에 있는 모임이었으나 시와 수필 낭송 등의 모습은 생략합니다.

 

낮에 어느 전시회장 입구에서 본 장면을 마무리로 올립니다.

문득 솔 벨로우가 쓴 첫 작품, Dangling Man이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댕글린 맨은 허공에 매달린 사람, 엉거주춤한 사람을 뜻합니다.

 

유태계 작가인 그의 첫 소설 "댕글링 맨"은 현대인의 엉거주춤한 상태를 진단하고

적극적 사회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스페"의 서곡 모음중 4번째 수록곡인 "시인과 농부"가 마침 맨 먼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