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천양희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Ⅲ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무릎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흐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이곳 저곳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비오는 날 듣고자 모아놓은 음악들이 많았는데
난데없이 샌프란시스코로 부터 국적기의 위기일발 뉴스가 하루 종일 거실에
어지럽습니다.
일요일 아침 피츠버그 포스트의 일요판이 파란 비닐 봉투 속에서
게으르게 던져진 드라이브웨이 따라
가벼운 산책을 나가곤 하던 마음은 무겁습니다.
이집트의 시가전과 사우디의 바이러스가 화면을 채우던 Fox 뉴스 등은
아시아나 사고기 소식에 주요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행기 탈 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까지 성직자와 심리학자를 초치하여 좌담하고 있군요.
리포터를 자처하던 터라 몇 줄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일기예보로는 이번 주 목요일까지 비요일이라는데 지금은 마른 비에 하늘만 짙은 구름,
저녁 8시부터는 여기 피츠버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야외 무료 연주회가 있는데
벼르던 마음이 빗방울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자 적고 흘러간 음악 50곡을 틀어드립니다.
Rain And Tears - Aphrodite's Child
Rain and tears are the same
But in the sun
you've got to play the game
When you cry in winter time,
You can't pretend
it's nothing but the rain
비와 눈물은 똑같지만,
태양이 비치는 맑은 날엔,
(그게 눈물이 아니라고)
속일 수 없죠.
당신이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릴 때
그게 단지 빗물인체
할 수는 없어요.
How many times I've seen tears
falling from your blue eyes
Rain and tears are the same
But in the sun
you've got to play the game
당신의 파아란 눈에서 흘리는
눈물을 수없이 보아왔어요.
비와 눈물은 똑같지만,
맑은 날엔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어요.
Give me a glance of love ah
I need an answer love ah
Rain and tears in the sun
but in your heart
You feel the rainbow waves
Rain and tears both are the same
But in my heart,
there'll never be a star
제게 조금이나마 사랑을 주세요.
전 사랑이 뭔지 알고 싶어요.
햇빛에 비치는 비와 눈물.
하지만 당신 가슴속에
당신은 무지개의 물결을 느끼죠.
비와 눈물은 같아요.
하지만 내 맘속엔
희망이 없군요.
Rain and tears are the same, same
But in the sun
you've got to play the game
비와 눈물은 똑같아요.
하지만 햇빛 아래에서,
당신은 흐르는 눈물을
비라고 속일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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