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식 권두시)
코카사스 영봉에서
김 유 조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값으로
코카사스 혹은 카프카스 산록에 결박되어
맹금에게 심장을 쪼아먹히는
선험 예지의 신 프로메테우스
고통의 뜨거움은 영봉 만년설을 녹여
거대한 암벽들 깎아내리고
차가운 물줄기는 바위 속 석회를 안고 흐르니
회백색 흙탕물 때로 소류지 채우면
하늘 비색 받아 에메랄드 빛 호수 일구어
이성은 분별인가 물결인가 찰랑대지만
미리 생각한다는 뜻의 프로메테우스 여
형벌이 풀린 후
늦게 생각한다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결혼
그리고 그 상자의 개봉을 막지 못함은
전해준 불씨와 함께 삼천 년 후 동방 삼천리의 나라에서
민족적 절체절명이 될 줄은 한갓 가늠조차 하였을까
지성과 문화와 과학의 불씨를 준
프로메테우스여
그대를 탄함이 아니라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희롱에
미련하고 속수무책한 무리의 하나가 되니
설산 코카사스 영봉에서
동방의 나그네
부끄러운 상념의 불씨를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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