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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영봉에서 --문학의식 가을호 권두시--

원평재 2017. 10. 18. 15:30








 

 

 





 

(문학의식 권두시)


코카사스 영봉에서

                                                                                            김 유 조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값으로

코카사스 혹은 카프카스 산록에 결박되어

맹금에게 심장을 쪼아먹히는

선험 예지의 신 프로메테우스

 

고통의 뜨거움은 영봉 만년설을 녹여

거대한 암벽들 깎아내리고

차가운 물줄기는 바위 속 석회를 안고 흐르니

회백색 흙탕물 때로 소류지 채우면

하늘 비색 받아 에메랄드 빛 호수 일구어

이성은 분별인가 물결인가 찰랑대지만

  

미리 생각한다는 뜻의 프로메테우스 여

형벌이 풀린 후

늦게 생각한다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결혼

그리고 그 상자의 개봉을 막지 못함은

전해준 불씨와 함께 삼천 년 후 동방 삼천리의 나라에서

민족적 절체절명이 될 줄은 한갓 가늠조차 하였을까

 

지성과 문화와 과학의 불씨를 준

프로메테우스여

그대를 탄함이 아니라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희롱에

미련하고 속수무책한 무리의 하나가 되니

설산 코카사스 영봉에서

동방의 나그네

부끄러운 상념의 불씨를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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