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 카프카스 산맥의 동굴마을
동양과 서양이 만나 온 길목
조지아 땅 바르드지아 동굴마을
가파른 삽작거리라네
유럽인들이 아시아의 물결을 막기 위해
6000개의 동굴을 파고 5만 명이 밀집해서
싸워 막으며 살았다고 하더군
소 카프카스 산맥의 허리를 파고
3단으로 길을 내어 가가호호를 만드니
그 높이는 우리의 고층 아파트 가량
희의장, 마구간, 도서관, 빵집, 목욕탕,
우물과 저수조가 보이고
중턱에는 본당 교회가 곳곳의 기도원까지 거느린 모양
삶과 죽음, 존재와 무의 번뇌는
이곳이라 어찌 비켜갔으랴
크고 작은 규모가 보이는 동굴은
고급과 서민 아파트의 차이이련가
인사도 없이 지내는 지금 내 사는 아파트
황량한 엘리베이터 앞 풍경 보단
공동체를 꾸려가며 높은 길 오르락내리락
풋풋한 정까지도 두레박 물 긷듯 오르내렸겠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400리 길
죽기 전 찾아보아야할 1001 곳 중의 하나라서
허위단심 달려온 험로는 자연 그대로라
자연스러웠어
마을 가까이에서 협곡이 입을 벌리니
삼국지의 매복과 방어의 지형이 눈에 들어오고
몽골과 터키를 막으며 기독교의 수호여왕 타미라가
천 년도 더 전에
육천 수 백 개의 실한 아파트 방을 이 돌산에 파 넣었으니
현실과 오랜 몽환의 실재는 마침내 대형 재건축감인데
저 숨찬 삽작 거리에도 숨 막히는 애증이 존재했으리란 상념은
지금 뻘쭘히 입 벌린 시인의 몫이려니
아, 찾아보아야할 곳이 어디 일천 한 곳뿐이랴
우린 서로의 아파트 위치도 모르잖아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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