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리야, 옛땅! 연변과 만주 벌판

연길 북대 시장 누비기

원평재 2005. 3. 24. 21:25

어느 도시에나 뒷골목과 치부(恥部)에 해당하는 지역은 있다.

연길에도 아직은 그런 곳이 많이 눈에 뜨이지만 금년을 고비로 이 도시의 근대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옛 모습이 있을 때에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나그네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내가 잠시 묵었던 "세기 호텔"에서 내려다본 다운타운의 모습과 함께 뒷골목의

남아있는 흔적들을 여기 올려본다.

우리의 옛 모습이 불현듯 생각난다.

 

 

 

어제 오후에는 걸어서 30분쯤 되는 거리에 있는 "북대 시장"을 누비기로 하였다.

남새(채소)도 좀 사고 저녁도 사먹기로 작정이 되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타임 머신을 타고 초공간, 초시간을 섭렵하고 즐길 목적이었다.

 

 

너무 늦게 다니지도 말고 너무 있는체, 한국인인체 하지는 말아야 된다는

주의를 주위에서 들었으나 내 큰 거구와 완력을 밑천 삼아 "디카"를

덜렁덜렁 손에들고 내키는 데로 사진을 찍었다.

 

아직 초상권이니 파파라치니 하는 후기 산업사회의 컨셉이 들어오지 않은 순진한

동네에서 내 시각적 욕망이 유영했달까,

피사체가 된 수 많은 사람들 자체도 카메라 맨을 탓하거나 만류하는 몸짓이기 보다는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

 

 

통하는 정서도 좋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와 그들, 그러니까 우리의 외양이 같다는

데에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여러 곳이 아직도 그러하지만 연변, 연길의 스모그 현상은 그중에서도 유명하다.

물론 내년이면 난방의 대부분을 도시 가스로 바꾼다고 지금 도로 곳곳이 굴착되고

공사가 한창이다.

 

아무튼 지금 이 곳의 땔감은 석탄, 갈탄, 장작 등인데 특히 장작 비슷하게 나무를 패어서

땔감으로 쓰는 모습은 과거 어느 때의 우리 모습이다.

불 쏘시게까지 묶어서 파는데 아무래도 시선이 느껴져서 그건 담지 못했다.

 

 

 

현대는 석유화학 문명의 시대이다.

중국에도 다이칭(대경) 유전이 있는데 지금은 채유 규모가 많이 줄었다.

지금은 신장 위구르 타림 분지 쪽의 서부 대유전 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 석유의 주유소 규모가 점점 거대화하고 있다.

 

 

석유, 석탄 문명은 환경에 재앙이 되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잉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고

있다.

 

 

재개잘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지금도 이미 연길 주택의

70퍼센트는 아파트라고 한다.

 

 

아직은 옛모습 그대로의 유치원과 이발관이 남아있기도 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오다가 거대한 과학루와 기술관이 있는 곳으로 잘못들어갔다.

학생 몇명이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

"제10중학교입니다."

우리 말 대답이 씩씩하였다.

"10중이 정말 좋구나, 넘버원!"

내가 엄지 손가락을 올려세워보이자 그들이 입을 모아답했다.

"베리 구웃!"

그들의  환한 미래가 눈에 보이는듯하였다.

 

 

이제 아래에 보이는 "주상 복합 아파트"로 낡은 모든 것은 흡수되고 다시 내가 이 곳을

찾게 되었을 때에는 이 모든 것이 지나간 전설이거나 잠시 걸음을 멈추었던 나그네의

실증할 길 없는 환상으로만 자리하리라.

 

날이 어두워져서 위, 아래 끝 사진 두 컷이 좀 흐릿하게 나왔으나 뺄 수 없는

에필로그 역할인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