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추석 전야의 "뉴욕 메츠" 관전기

원평재 2005. 9. 17. 22:35
 

 

 


 

 

명절을 해외에서 맞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아서 뉴욕에서 맞는

이번 추석은 감회가 없지 않은데,

아들이 추석 다음날 새벽에 해외 출장이라서 차분하게 지내기로

하였다.

 

직항으로 비행기 타는 편도 시간만 18시간이라니 정말 지구의 반대편

으로도 한참 가는 곳이다.

8일간이라니 불편할까 노파심이 생긴다.

 

 


 

 

하긴 우리도 다음 주 23일에 '옐로우 스톤' 3박 4일 단체여행을 떠나는

일정이 잡혀있어서 정말로 추석 명절에 역점을 둘 처지는 아닌듯하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 쪽에는 무슨 행사들이 없지도 않은

모양인데 호들갑스럽게 돌아다닐 마음은 아니다.

 

 

다만 아들이 '뉴욕 메츠'의 경기장 티킷을 두 장 인터넷으로 사와서

남자끼리만 보고 온 '셰이 스타디엄(Shea Stadium)' 이야기만 조금

일지로 남기고 싶다.

입장권 예매는 이틀 전에 했는데 그 때만해도 '서재응',이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와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하루 전에 바뀌는 바람에 약간

김이 샜으나 나로서는 차 타고 지나가면서 보기만한 '셰이' 경기장을

구경하는 맛과 기대가 따로 있었다.

 

 

 


 

 

서 선수는 하루 전날 메츠가 6대 5로 진 경기이던가에 선발로 나가서

5회까지 공을 던졌는데 넉점을 주고도 다행히 패전 투수는 면했다.

관전 평으로는 금년 시즌에서 제일 못던진 경우로 기록 되었다.

 

사실은 전 날, 서 선수가 등판한 경기가 이 곳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이어서 미리 변경 내용을 알았더라도 일을 하는 아들과

가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녁 시간, 7시 10분 경기를 가기로 한 이번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회사 일로 아들은 7시가 거의 되어서야 집으로 왔고 퇴근 시간의

러시 아워에 걸려 우리가 '셰이 구장'에 도착한 것은 7시 반경,

꽉 찬 주차장에서 또 십여분을 헤메고 들어가니 경기는 벌써

시작되고도 한참이었다.

 

관람석은 2/3 이상이 들어찬 일대 성황이어서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은 허리케인 시즌이어도 분위기는 고조되어 있었다.

메츠는 이미 두 점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 날의 관전 요령은 메츠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브레이브스의

존 스몰츠의 선발 대결 부분과 마르티네즈의 완봉승 여부였는데,

결국 이날 경기는 마르티네즈의 완승이었고 두 선수 간의

통산으로는 무승부라고 한다.

완봉승 부분도 기대했던대로 달성이 되었다.

 

저녁을 못 먹어서 좌석에서 아들이 사준 캔 맥주를 한병씩 마시고

7회전 들어가기 직전의 스트레치(7th Inning Stretch) 시간에 나가서

핫 도그를 사먹었다.

맥주는 이번 이닝 이후는 못판다고 하였고 먹거리도 전을 거두고

있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역시 거물이었다.

"Pedro Romero was great."라고한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오른다"에 나오는 구절이 페드로라는 이름에서 생각났다.

주루에 포볼을 고른 두 선수를 두고도 연속 삼진 아웃에 마지막은

뜬 공으로 잡는 배짱과 기교가 놀라웠다.

 

'셰이' 경기장은 플러싱에 있다. 

처음 이민 오는 사람들이 정석대로라면 이곳에 자리를 많이 잡아서 

거주하고 또 다른데 나가서 열심히 일하는 곳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돈을 많이 갖고 온 사람들이 멋대로 퍼져나가서 그나마

종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사정들이 모두 다르니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세태가 그저 그렇다는

것 뿐이다.

 

 

 


 

 

뉴저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뉴욕 구단 편일 수 밖에 없다.

이쪽의 프렌차이즈가 없기 때문이다.

미식 축구의 뉴욕 자이언츠는 구장이 뉴저지 쪽이어도 '뉴저지

자이언츠'가 아니다.

 

하긴 여기에서는 이사를 가면 응원하는 팀도 달라진다.

아들도 보스톤에서 공부할 때는 '레드 삭스' 편이었다.

 

서울와서 살거나 신도시로 옮겨가면서도 평생을 고향 까마귀만

찾는 우리하고는 정서가 다르다. 

아차, 고향은 지금 추석 귀성으로 난리가 나있지 않겠는가.

내가 쓸데없는 감회를 여기 뿌렸나---.

 

이번에는 여행사에 들리며 찍은 32번과 33번 사이의 브로드웨이 

선상에서 포착한 몇 장면도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