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사랑이란 무엇인가 (4회-끝), 코리아 페스티발

원평재 2005. 10. 2. 08:04

이 곳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어느 호텔이나 야생동물,  특히 엘크 사슴이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생생한 야외 촬영장이었다.

 

일행이 있는 건물 앞 잔디밭으로 부터 멀리 내다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이드가 무슨 일인가하고 뛰어가더니 이내 그쪽에서 급히 길을 건너왔다.

최교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그의 소매를 얼른 잡았다.

 

 

 

“여기 부탁했던 호텔 예약을 취소합시다. 나도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되겠어요.”

“아이구, 지금 와서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여간 위약금은 내셔야할 겁니다.”

그는 좀 성가신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색을 밝게 바꾸어서 일행들에게 외쳤다.

 

“지금 엘크 사슴이 새끼를 낳나봐요. 여기 길을 건너서  저기 먼쪽 건물 잔디밭

까지가 접근 경계이고 그 곳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나봅니다.

좋은 기회이니 모두 사진이나 찍고 가시죠.”

“우와, 경사났네요!”

일행이 환성을 지르며 그리로 몰려 갔다.

 

과연 길 건너 저 먼쪽에는 엘크 사슴이 한 마리 나뒹굴고 있었는데 진홍의 핏자국이

그쪽에 홍건하였다.

더 이상의 진출은 ‘파크 레인저’라는 글을 새긴 제복의 공원 보안관들이 정중히 막고

있었다.

 

“새끼 낳느라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리나---, 그건 그런데 뿔 달린 수놈이 어떻게 새끼를

낳나?”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눈썰미 좋은 교포 아주머니가 혀를 차다가 고개를 갸웃둥했다.

 

 

 

이때 여자 레인저가 아시안으로 구성된 일행을 보며 천쳔히 설명을 해 주었다.

수놈 엘크가 어제 저녁부터 이상 발정이 되어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부시고 차체에

돌진하여 차를 다섯 대나 부셔놓더니 오늘 새벽에는 자신이 중상을 입고 쓸어져서

지금 치료를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러는 옆으로 남자 레인저가 대형 전기 톱날을 갖고 뛰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에이, 잘못 알아들었나봐! 경사가 아니라 비극이네!”

일행 중 여자들은 카메라를 거두기 시작하였는데 남자들은 사건나서 좋아라고

디카의 줌을 뽑았다.

 

“자아, 그만하고 빨리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이 12시에

터지는데 그걸 놓치면 90분을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가이드가 상황반전이 민망한지 갑자기 서둘렀고 사람들이 웃었다.

 

11시 반경에 그들은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Old Faithful Geiser)"라는 팻말이

선명한 간헐천에 당도하였다.

’가이저‘란 원래 북유럽 바이킹들의 말로서 간헐천을 뜻한다고 하였다.

그 앞에 붙은 ‘올드 페이스풀’이라는 말의 뜻은 약속을 굳게 지키는 '오랜 지기;라는

뜻이란다.

 

옐로우스톤에 있는 몇백개의 간헐천 중에서도 가장 높게, 가장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뿜어올려 주는 곳이 바로 이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이며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도 바로 이 간헐천이었다.

 

조금씩이나마 끊임없이 증기를 뿜던 간헐천의 구멍에서는 12시 5분 전 쯤이 되자

흰 수증기에 섞여서 물 줄기가 보이더니 12시 정각이 되자 어김없이 힘찬 물줄기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믿음이 오랜 지기가 또다시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물줄기가 최고로 뿜어올라가는 순간에 최교수는 누가 등어리를 힘차게 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던 몸짓을 멈추고 돌아다 보았다.

옥희였다.

 

“아, 옥희!”

과연 그녀는 은빛 머리칼을 평원 위로 가로질러 오는 바람에 맡기고 아직 처녀 적

모습을 많이 지탱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20여년 만이던가, 그러나 그녀는 남의 얼굴이 아니었다.

 

“실버 헤어 말고는 그냥 예전일쎄.”

“선생님도 똑 같아요.”

“부군은?”

“오래전부터 심장병을 앓았어요. 이번에도 일단 위기는 넘겼어요. 자주 그러는

편이고---.”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하였다.

 

“입술이 좀 탔네."

"입 맞추고 싶어요?"

그녀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말을 잇는데 피곤하던 얼굴이 갑자기 생기를 띄고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며칠 머물며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욕심이고 치기였는지도 몰라. 근데 왜

하필이면 여기요?”

“제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서 환경대회가 열리고 또 북 페어에도 솔직히

기념비적인 작품을 출품하게 되어서 선생님께 자랑하고 싶었어요.

근데 잊으셨는지 몰라도  선생님께서는 자주 이 간헐천 이야기를 했어요.”

 

“간헐천 이야기를 자주? 그렇다면 우리가 친밀한 행위를 할 때 말이오? 장 선생---.”

“아이구, 음흉해. 그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이 간헐천이 꼭 보고 싶었노라고---.

저는 그게 탐구심에 가득한 한 소년의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미안해, 내가 늘 이래. 이번에 나온 책이 아주 좋던데. 특히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람의 사진술이 대단했어요---.”

“과찬이시지만 감사히 받아들이겠어요. 제가 사인을 한 책을 갖고 왔으니

배낭에 넣으세요. 그런데 책 제목에 페이스풀이라는 표현을 넣은 의미는 음미해

보셨어요?”

 

“아, 이 간헐천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측면도 있을 것이고 또 문득 내 생각도 나서

믿음과 영원성 같은 것이 내포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내 이기심일는지도 모르겠구려.”

“따뜻한 생각이 드는건 따뜻한데로, 다시 말해서 좋은건 좋을데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faithful이라는 뜻에는 거의 종교적 의미가 담겨있지요.

Faithful Earth라는 뜻은 인간의 자연을 향한 신의를 전제하는 것이지요. 인간이 자연에

대한 신의를 지킬 때만 이 지구도 인간의 삶을 지켜주겠다는 엄청난 기브 앤드 테이크의

게임을 이 책에서 역설하고 싶었어요. 저는 물론 영상으로 승부를 걸었고---.

이번에 선생님 부부가 오시면 두 가정이 함께 만나 디너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우리 사이에는 항상 이렇게 돌발성, 불연속성의 특징이 끼어드네요.”

 

간헐천에서는 어느새 물줄기가 사라지고 약한 수증기만 나오고 있었는데,

함께 떠나야할 일행은 어느새 가까이에 둘러서서 두 사람에게 시선을 꽂았다.

 

 

 


(끝)

  

에필로그

 

내일 또 '밀워키,위스컨슨'으로 옛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옐로우스톤 여행은 아내와 함께였는데 이번에는 혼자 갑니다.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친구가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중서부 대 평원, 프레어리 지역을 내려오면서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서 나누고 다시 시카고로 함께 가면 문우들이 계십니다.

그 중 한분은 당분간 또 혼자이시고---.

 

 

 

오늘은 맨해튼에서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인상적인 몇 장면을 부록으로 올려놓고 8일간의  휴면기간으로 들어갑니다. 


 

 

              (김 밥이 최고라는 행사장에 나온 구경꾼 부부)

 

 

 

 

 

 

 

 

 

 

 

 

 

(대 뉴욕 조선족 동포회, "Great New York Korean Chinese Association"의 행렬은

아직 매우 소수였으나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문학은 영원히---, 김윤태 문학 교실 사람들도---.)

 

 

 

 

 

 

 

 

 

 

                                  ( 대통령의 국가적 상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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