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하디의 작품 "귀향"(The Return of the Native)에도 이와
유사한 주제의 비극이 등장한다. 영국 남부의 이그돈 히드
(Egdon Heath)로 알려진 황량한 마을의 어느 겨울날, 현실생활과
유리된 평범치 못한 문제를 안고있는 네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 지주이자 이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요부라이트(Yeobright)
가문의 미망인, 요부라이트 부인의 질녀인 토마신은 엔지니어로서의
전문직에 실패하고 이 마을에서 여관을 경영하고 있는 와일디브
(Wildeve)라는 레이디 킬러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이나 결혼식장에서
서류상의 문제가 제기되자 식장을 빠져나와서 아직 정식 결혼식을
다시 올리지않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태의 그녀를 디거리 벤(Diggory Venn) 이라고 하는 순진한
남자가 주위에서 배회하고 있다. 한편 와일디브는 아직도 토마신을
사랑하고 있다고는 하면서도 이 작품의 여성 주인공이랄수 있는
유스테이셔 바이(Eustacia Vye)와 밀애의 상태에 있다.
유스테이셔 바이는 부모를 일찍 여읜 고아와 같은 상태에서 지금은
은퇴한 선장 출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짙은 머릿결에 늘씬한 팔다리와 정열에 불타는 심성의
소유자로서 뜨거운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데 와일디브와의 밀애는
이러한 꿈을 향한 중간단계일 뿐이다. 이 두 남녀가 공유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황량한 이그돈 히드를 빠져나가서 도회지의 화려함을
움켜쥐고자 하는 소망이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서 이 마을에 새로운 소문이 떠돈다.
요브라이트 부인의 아들인, 클림 요브라이트라는 청년이 빠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던중 잠시 고향을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에 가장
가슴이 설레인 것은 유스테이셔였다. 화려한 미래와 빠리에서의
생활이 확실하게 기대되는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만날 기회는 쉽지않았다. 크리스마스 연극 공연에 소년으로 가장하여
무대에서 그와 조우하는데에 성공한 그녀는 백방의 노력으로 그의
관심과 마침내 사랑을 끌어내는데에 성공한다.
그런데 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클림은 사실상 빠리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땅에서 보다더 가치있는 일을 모색코자 "귀향"을 한 것이었다.
보석상회에서의 풍요로운 미래의 자리도 내팽개치고 고향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교육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포부와 잘 알려진
말괄량이와의 사랑은 그의 어머니를 절망케한다.
그러나 그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고 마침내 유스테이셔와 결혼도 이루어
낸다.
유스테이셔는 그의 마음이 얼마지나지않아서 바뀌리라는 기대와
계산을 하고 기꺼이 그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사업의
준비를 위한 노력과 과도한 독서는 그의 시력을 망치게하여 더 이상
책을 읽을수 없는 상태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여건 속에서 두사람의 결혼생활은 급격하게 냉각된다.
우연히, 혹은 필연의 과정으로 유스테이셔와 와일디브는 다시 재회와
밀회를 하다가 마침내 어느 겨울날 밤에 도시로 함께 도망을 하기로
획책한다.
마음의 동요를 몇차례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최후에는 거의
운명적으로 도망의 길에 오르지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유스테이셔가
먼저 저수지의 여울 속으로 떨어지고 이어서 와일디브와 클림이
빠지지만 클림만 구조된다. 디거리는 토마신과 마침내 결합하고
클림은 설교 목사로서의 길을 보람차게 걸어가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보바리즘에 빠져있는 유스테이셔를 징벌하는 일반적인
평결을 쉽게 내려볼 수 있겠으나 이그돈 히드에서의 생활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유스테이셔와 와일디브의 성격적 숙명과 이를 뛰어
넘으려는 절박한 시도, 이와는 무관하게 이들과 운명적 만남을 겪게
되는 지적 휴머니스트 클림 요브라이트의 삶은 토마스 하디의 비극적
비전과 합께 많은 철학적 명제를 제공하고 있다.
'문학과 Sex,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담론/ 외디푸스 콤플렉스 / 가. 햄릿의 경우 -아니다 (0) | 2004.02.10 |
---|---|
성담론 / 다. 외디푸스 컴플렉스 (0) | 2004.02.08 |
문학 주제별 성의 양태 / 가. 보바리즘 (0) | 2004.01.28 |
그리스 로마 신화에 투영된 성 (0) | 2004.01.24 |
나. 도덕률과 명예심 (0) | 2004.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