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성담론 / 다. 외디푸스 컴플렉스

원평재 2004. 2. 8. 15:53

다. 외디푸스 컴플렉스


주지하다시피 인간의 성애가 발달하는 단계를 프로이드는 세 단계로 나누었다.
우선 그 첫 단계는 구순기이며 두 번째 단계는 항문기라고 한다.
3단계는 유아적 성욕이 성기 주위에 집중하는 남근기 라고 하여서
이제는 어머니를 최초의 성애의 대상으로 삼게된다.

이렇게되면 방해가 되는 아버지는
죽이고 싶도록 미운 성적 라이벌이 된다.
아버지는 자신에 대한 보호자이면서도 성애의 협박자이자 증오의 대상이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잠재해 있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감정과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적 원망(願望)이 얽히어 야기되는 갈등을
프로이드는 외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라고 하였다.

이 복합심리는 그 원형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깊은 문학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극화한 그리스의 비극시인 소포클레스(Sophocles)의 걸작
『외디푸스 왕』(Oedipus, the Rex)및 이와 유사한 주제의 수많은 비극작품을
배출해내는 바탕이 되어왔다.


여기에서는 먼저 프로이드가 정립한 이론과 이러한 자신의 이론적 기제로
쉐익스피어(Shakespeare)의 『햄릿』(Hamlet)을 분석한 내용을 제시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햄릿』이나 『외디푸스 왕』이나 주인공의 심리기재는
모두 완전히 동일한 기반에 있는데 놓여진 상황과
접근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외디푸스 왕』에서는
유아의 근본적인 원망상상이 실현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햄릿』에서는 억압된 형식으로 되었다고 한다.




햄릿은 부왕의 망령으로부터 분부받은
복수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자꾸 미루고 있는데
복수의 실천을 왜 미루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괴테(Goethe)는 햄릿이 지나친 사고 때문에 유약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비평가에 의하면 햄릿은 신경쇠약에 빠진
우유부단한 인간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햄릿은 벽 뒤에 숨어 엿듣던 사람을 단칼에 죽였고
그 후에도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사람을 둘이나 더 죽였다.
행동력이 둔해졌거나 우유부단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결국 그 이유는 햄릿의 외디푸스 컴플렉스에 있다고 프로이드는 본다. 부왕을 죽이고 왕비를 빼앗은 숙부의 행위는 바로 햄릿 자신이 어릴 때부터 꿈꾸던 원망(願望)의 충족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비난과 양심의 가책이 복수의 지연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햄릿의 마음속에서는 무의식이었던 것을 프로이드는 의식의 전면으로
풀어내었다고 하겠다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en Poe)가 쓴 단편 「심장의 고백」("The Tell-Tale Heart")에서는
주인공이 다음과 같이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있다.
즉 나는 신경이 끔직히 예민했다.
병 때문에 나의 감각은 몹시 날카로워졌으며
특히 청각이 예리하여져서 하늘과 땅 그리고
지옥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노인을 좋아했다.
그 노인과 나는 사실 어떤 이해관계는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그의 창백한 독수리 눈을 증오했다.
그 눈길이 나에게 닿으면 내 피는 얼어붙어서
차츰 나는 그를 죽여서 그 눈을 빼버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일 밤을 나는 그의 방문을 열고 랜턴으로 그의 얼굴을 비춰보았으나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내가 증오하는 대상은 노인이 아니라 노인의 눈이었으므로
그를 죽일 수가 없었다.
8일째 밤에 문을 열었을 때에는 부주의하여서 노인이 깨어났다.
노인은 겁에 질렸다.
나는 랜텬으로 노인의 눈을 비쳤다.
노인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심장의 박동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고
나는 동네사람들이 다 깨어날까 봐 두려워져서 노인을 침대로 눌러 죽여버렸다.

살인을 숨기기 위해서 나는 토막낸 시체를
마루바닥의 널빤지를 떼 내고 그 속에 숨겼다.
이 일이 끝난 시각이 새벽 4시였다.


이때 경찰들이 옆집 사람의 신고로 찾아온다.
무언가 소란이 있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인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나의 귀에는 이상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노인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그들은 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돌아갈 채비를 차린다.

나는 그때 소리를 질렀다.
"나쁜 놈들, 모르는 체 하지 마라. 내가 자백한다. 이 널빤지를 뜯어봐라. 무서운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린다."


광인이 살인을 저지른 이 짧은 이야기에도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단서가 포착된다.
우선 포우는 심장마비 증세가 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러한 발작 후에 초고에 착수했다고 한다.

인체의 기관은 그 자체로서는 무의식을 깨우거나 무슨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관이 움직이는 저변에는
생의 동인이자 근원이라고 하는 리비도가 작용하고 있다.
심장 발작에서 유발된 창작 동기는 또 다른 심장발작, 즉 포우의 양부가 앓던 심장질환을 연상 시켰다.
포우의 양부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유년시절 포우를 가혹하게 취급한 듯 하다.
어쨌든 포우의 심장 발작, 양부의 심장 질환, 작품 속의 심장의 고동 등은
특정한 어떤 리비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포우는 어릴 때 배우인 어머니와 양부가
침대에서 성행위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럴 때 어린이는 어머니가 공격을 당하는 것으로 인식 하게되고
모든 폭력과 범죄의 원인은 이러한 성행위에 있다고 무의식 속에 저장한다.
한편 어둠 속에서 듣게되는 격한 숨소리는 심장의 고동과 연결이 된다.

이제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는
노인의 심장 소리에서 양부를 떠올리며 증오감이 생긴다.
밤중에 랜턴으로 노인을 비추어보는 행위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양부가 성행위를 어둠 속에서 할 때에
보고 싶었던 욕망의 또 다른 발로이다.



노인의 눈은 한쪽이 막이 끼어서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바로 거세를 상징하며 양부와 동일시되는 노인이 거세된 것은
내가 이를 너무나 바랬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서
죄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거세공포증은 아버지가 자기의 성기로 어머니의 것은 이미 잘랐고
마침내 라이벌 관계인 자식의 성기도 거세하리라는
유아시절의 공포감이 무의식화한 것이다.
이제 노인은 어머니를 거세했기 때문에
그 벌로서 자신의 눈에 백태가 끼어서
스스로 거세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침대로 노인을 죽인 것은 침대야말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공격한, 즉 성행위를 한 원인 제공 물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심층에서 어머니를 얻기 위해서는
이 침대로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의 어디에도 어머니는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어머니가 결코 양부와 잠자리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