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en Poe)가 쓴 단편 「심장의 고백」
("The Tell-Tale Heart")에서는 주인공이 다음과 같이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있다.
즉 나는 신경이 끔직히 예민했다.
병 때문에 나의 감각은 몹시 날카로워졌으며 특히 청각이 예리하여져서 하늘과 땅
그리고 지옥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노인을 좋아했다.
그 노인과 나는 사실 어떤 이해관계는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그의 창백한 독수리 눈을 증오했다.
그 눈길이 나에게 닿으면 내 피는 얼어붙어서 차츰 나는 그를 죽여서 그 눈을
빼버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일 밤을 나는 그의 방문을 열고 랜턴으로 그의 얼굴을 비춰보았으나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내가 증오하는 대상은 노인이 아니라 노인의 눈이었으므로 그를 죽일 수가
없었다.
8일째 밤에 문을 열었을 때에는 부주의하여서 노인이 깨어났다.
노인은 겁에 질렸다.
나는 랜텬으로 노인의 눈을 비쳤다.
노인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심장의 박동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고
나는 동네사람들이 다 깨어날까 봐 두려워져서 노인을 침대로 눌러
죽여버렸다.
살인을 숨기기 위해서 나는 토막낸 시체를 마루바닥의 널빤지를 떼 내고
그 속에 숨겼다.
이 일이 끝난 시각이 새벽 4시였다.
이때 경찰들이 옆집 사람의 신고로 찾아온다.
무언가 소란이 있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인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나의 귀에는 이상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노인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그들은 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돌아갈 채비를 차린다.
나는 그때 소리를 질렀다.
"나쁜 놈들, 모르는 체 하지 마라. 내가 자백한다. 이 널빤지를 뜯어봐라.
무서운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린다."
광인이 살인을 저지른 이 짧은 이야기에도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단서가
포착된다.
우선 포우는 심장마비 증세가 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러한 발작 후에
초고에 착수했다고 한다.
인체의 기관은 그 자체로서는 무의식을 깨우거나 무슨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관이 움직이는 저변에는
생의 동인이자 근원이라고 하는 리비도가 작용하고 있다.
심장 발작에서 유발된 창작 동기는 또 다른 심장발작, 즉 포우의 양부가 앓던
심장질환을 연상 시켰다.
포우의 양부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유년시절 포우를 가혹하게 취급한 듯 하다.
어쨌든 포우의 심장 발작, 양부의 심장 질환, 작품 속의 심장의 고동 등은
특정한 어떤 리비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포우는 어릴 때 배우인 어머니와 양부가 침대에서 성행위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럴 때 어린이는 어머니가 공격을 당하는 것으로 인식 하게되고
모든 폭력과 범죄의 원인은 이러한 성행위에 있다고 무의식 속에 저장한다.
한편 어둠 속에서 듣게되는 격한 숨소리는 심장의 고동과 연결이 된다.
이제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는 노인의 심장 소리에서
양부를 떠올리며 증오감이 생긴다.
밤중에 랜턴으로 노인을 비추어보는 행위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양부가
성행위를 어둠 속에서 할 때에 보고 싶었던 욕망의 또 다른 발로이다.
노인의 눈은 한쪽이 막이 끼어서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바로 거세를 상징하며
양부와 동일시되는 노인이 거세된 것은 내가 이를 너무나 바랬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서 죄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거세공포증은 아버지가 자기의 성기로 어머니의 것은 이미 잘랐고 마침내
라이벌 관계인 자식의 성기도 거세하리라는 유아시절의 공포감이 무의식화한
것이다.
이제 노인은 어머니를 거세했기 때문에 그 벌로서 자신의 눈에 백태가 끼어서
스스로 거세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침대로 노인을 죽인 것은 침대야말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공격한, 즉 성행위를
한 원인 제공 물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심층에서 어머니를 얻기 위해서는 이 침대로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의 어디에도 어머니는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어머니가 결코 양부와 잠자리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이다.
'문학과 Sex,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배적 여성상 / 가. 캔터베리 이야기와 맥베드 (0) | 2004.02.28 |
---|---|
가부장적 남녀 관계 (0) | 2004.02.20 |
성담론/ 외디푸스 콤플렉스 / 가. 햄릿의 경우 -아니다 (0) | 2004.02.10 |
성담론 / 다. 외디푸스 컴플렉스 (0) | 2004.02.08 |
나. 토마스 하디의 "귀향" (0) | 2004.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