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지배적 여성상 / 가. 캔터베리 이야기와 맥베드

원평재 2004. 2. 28. 00:20

프로이드는 지배적 성향의 모성은 자연에 거슬릴 뿐만 아니라
신경증상과 정신병을 유발하며 그리젤더와 같은 모범을 따르지 못하는 아내도
자연을 역행하는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과 이론으로 인하여 프로이드는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근대 부르주아지 계급과 결탁하였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어쨌든 남성 지배적인 남녀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듯이
지배적 여성형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남편 "기 살리기 운동"이라는 구호가 입에 많이 오르내리지만
사실은 이 말도 또 다른 변형된 여성상위의 발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베스의 아내도
남편을 들복고 닥달하며 남편의 반항을 용서하지 않는 아내의 전형이다.

작품 속에서 그녀는 남자를 지배하는 자신의 힘을 자랑한다.
그녀는 못생긴 얼굴을 하고도 다섯 번이나 결혼하여
다섯 남편을 부리며 큰소리쳤고 육욕과 재물에 눈이 어두웠으며
이기적이고도 자기 주장이 너무나 강한 거짓말쟁이였다.

그녀는 돈 때문에 세 번이나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고
이 남편들은 그녀의 집요한 성욕 때문에 일찍 세상을 하직하였다.
큰 유산을 물려받은 그녀는 나중에는 멋진 젊은 남자와 결혼하여 성욕을 채운다.

초서는 이러한 여인의 자의적 행각을 격려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당시의 시대정신에 걸맞게 도처에서 이 여인을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여인에게 비극적 결말을 주거나 응징하는 자세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발랄한 생활력과 적극적 삶의 자세를
다분히 긍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배적 여성상이 환영받지 못하는 정서임은
분명하다.
쉐익스피어의 경우에는『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지배적인
케이트보다는 온순한 비앙카가 보다 바람직한 인간형이며 말괄량이라도
길들여져야 만사가 형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4대 비극의 하나인 『맥베드』(Macbeth)에서는
권모술수에 능하고 욕심꾸러기인 맥베드 부인이 사려분별력이 부족한
남편을 지배하다가
결국 비극적 종말을 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