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날
전, 아들 녀석 하고 차중에서 황박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중이라는 말을 구태어 하는 것은 가벼운 대화였다는
정황을 전제하고 싶어서이다.
황 박사 이야기가 이토록 겁나게 조심스러워졌다.
우리의 대화를 정리해본다.
아무래도 황박사가 진도를 너무 나간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욕하듯이 가짜이거나 엉터리 사기는 절대로 아니다.
이 양반은 줄기세포 연구의 출발을 적어도 세계의
선두 그룹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빠르게 순발력을 갖고 시작하여서 마침내 앞장을 섰다.
그의 천재성은 말할나위가 없으니 췌언하지 말자,
하여간 그는 줄기세포에 처음 손을 대던 당시만해도 다소 관용적인 우리나라의 윤리 규제를
자신의 원만하고 탁월한 성품으로 헤쳐나갔고,
신바람과 젓가락 문화로 단련된 우리 민족 특유의 재능을 가진 실험실의 젊은
연구원들이
밑받침이 되어서 체세포 수정인가 뭔가 우리가 잘 모르는 그 어려운 분야에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나간게 아니던가.
국제적으로 과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참으로 우리가 눈치 챌
사이도 없이
그는 이미 내년도 노벨상에도 성큼 닥아와 있었던 모양이다.
노벨상이 별건가,
노벨상 100년사에 별일들이 다 있었다.
최근 일들도 우리가 조금 알지
않는가.
물론 노벨 상의 권위를 훼손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걸 획득하려고 인간들이 벌이는
휴먼 코메디
말이다.
가령 과학계의 예만 들어보아도 "헬리코박터"로 노벨 상을 받은 사람의 경우,
이제와서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윤리측면의 논난으로는 그가 동료이던가 제자이던가 하여간 남의 연구 업적 노트를
베꼈다는 설에서부터,
현재 알려진데로의 헬리코박터 균의 성격 규명에도 새롭게 이의가 제기되는
모양이다.
이미 제약회사에서는 상업적 항암 치료 약품 생산과 그 판매에 들어갔는데 말이다.
그래도 노벨상은 취소되지 않고 검증이니 하는걸 상업 방송이 하지도 않고
논란은 다만 과학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 실험과 검증과
재연, 재현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황 박사가 처한 입장을 한 순간 악마의 유혹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엄청난 가정을 해 보자.
물론 가정의 수준 말이다.
그렇다할지라도 헬리코박터에 얽힌 정도의 경로와 수준과 과정으로 과학계에서만
치고 받고 난리를 펴게 되어야 맞는 수순이 아니었을까,
노벨 상은 항상 이런 과학적 난동과 쿠데타와 변전 속에서 그 존재 가치를 더욱 뚜렷이
하여왔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발견하고 노벨 상을 받았을 때에도 과학계 내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비난과 질타가 있었던가.
안타까움만 앞선다.
인류사에 원시공동 사회가 있었다는 가설이
성립하더라도 경쟁은 있었을 것이다.
경쟁이라는 것은 워낙 살벌하고 치사하다.
"선의의 경쟁"이라니---,
인간이 서로 속고 속이기로하고 만든 가장이요 가정의 가설 명제일 따름이다.
그러다보니 경쟁의 어떤 순간에 악마의
유혹이 개입할 수도 있으리라.
악마와의 영원한 계약이 아니라 일순간, 단 한번의 장벽 극복이라는 최면에
빠져서---.
오늘날 우리가 먹고사는 주력 산업들도 피말리는 연구와 마케팅에서의 한시적
비교우위 원리에 절대적으로 종속되며 그러다 보니 모두 막말로 "노가다 판"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비교우위는 선행 연구 덕분으로 6개월, 그동안 쌍아온 마케팅에서 6개월,
거기에 더하여 잘하면 상대방의 에러 탓으로 다시 또 몇개월,
이게 밥그릇을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최장의 여유일 따름이라고 한다.
이렇게하여 다 파먹고나면 또 새로운 땅을 파고 말뚝을 박아야하는 노가다 판이라고
한다.
이 판에서 한발이라도 늦으면 밥그릇 경쟁에서 영영 뒤쳐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황 박사가 시골 운동회 쯤에서 잘 달리는 선수거나 조기 축구회의 선수가 아닐진데
국제
심판의 엄정한 판정을 받아야할건 어차피 숙명이겠지만 제발 동네 훈수꾼의
아우성에 겻눈질하다가 엎어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 살벌한 경쟁의 그 어떤 순간에라도 악마와의 계약은 하지않았으리라고
믿어 마지
않는다.
영원한 계약이 아니라 일 순간, 돌뿌리 하나가 역부족이었거나,
혹시 경쟁자의 너무 크게 보인 그림자,
잘 못 읽은 시계, 사실은 무해했던
성급하고 지나친 응원, 이런 와중에서라도---.
지금은 이런 글
쓰지말고 기다리는 시간, "침묵이 금"인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미묘한 시간에 침묵이나 지키며 흘러가는 물결에 모든걸
맡기기만 한다면
타인들의 목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판명나는 그 소란한 결승의 순간에
소실된 내 목소리는 어디에서 찾으랴.
그리고 어쨌던 나는 거신(巨神)이 추락하더라도 그 좌절된 영웅의 옆에 서있고
싶다.
방패로 그를 감싸며 부러진 칼에 의지하여서라도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독촉하고 싶다.
Fallen
Titan의 옆에서 진실로---.
(여러 정보에 접근했으나 구체적 속보와 함께 모두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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