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모마 건축전 리셉션에 다녀와서

원평재 2006. 2. 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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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가 허락되지 않아서 화면이 좋지 않습니다.)

 

 

 

내일 뉴욕을 떠나는데 어제 저녁 "모마(MoMA)", 그러니까 "뉴욕 현대

미술관"을 다시 찾을 일이 생겼다.

"모마"에서 기획한 "현대 건축전"의 오프닝 리셉션이 어제 2월 8일

저녁 6시 30분에 있어서 추운 겨울 저녁이지만 맨해튼 53번가를 찾은

것이다.

 

 

 

멤버쉽이 없는데도 비싼 곳에서 초청장이 왔으니 양잿물이라도 먹으러

가야하지 않겠는가.

건축 예술과는 관계가 없는 내 입장이어서 한번 해보는 말이다.

양잿물 대신에 와인과 칵테일이 푸짐하게 제공되어서 캐비어를 안주로

거푸 석잔의 화이트 와인을 마셨더니 과한듯 하였다.

수숧 후 오랜만의 음주 측정치고는 실망스러웠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백인들이었는데 아시안들도 적지아니 보여서

위안이 되었다.

진정 대~한민국은 축구 강국이기 이전에 건설 최고 강국이 아닌가.

이제는 짓는데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성냥갑 같은 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예술품들을 서울의 강북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강남은---,

나도 연고가 있지만 틀렸다.

희망은 광화문을 중심으로한 강북에 있다.

서울특별 시장은 그런 점에 전심전력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잿물 먹은 다음날, 흐릿한 머리 속에서 이런 각성이 오니 신통하다.

 

리셉션은 2층에서 했는데 무슨 연설도 없고 꽃다발도 없고 그냥

집쟁이들답게 마구 퍼마시는 것이었다.

성별이 따로 없고 노소가 동략이었다.

기획전은 6층에서 벌어졌는데 모두들 2층에서 거나하게 떠들다가

마치기 얼마 전에 우루루 몰려들 가서 보았다.

 

 

 

 

 

 

 

 

때가 어느때인가,

바야흐로 포스트 모더니즘도 황혼이 아니던가.

정전(正典)에 속하는 건축술의 시대는 벌써갔고 그 대신에 주변부적인

가치가 각광받으면서 위엄있는 건축물들이 환경을 제일로 치는

새로운 스타일로 바뀐지도 한참 되지 않은가.

 

21세기를 내다 보는 새로운 가치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20세기 후반의 생명주의적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몇년전에 가서 보았던 가우디의 건축 정신은 크게

타산지석이 될듯싶다.

이날의 건축전도 마침 스페인 중심의 기획전이었다.

 

이날 저녁 행사의 건축 전시장에서는 그나마 촬영조차 허락되지 않아서

좋은 사진을 올리지 못하여 유감이다.

 

 

 

거나해서 늦게 귀가해서도 짐을 싸고 보따리를 분류하고 잠을 설쳤다.

해외 여행도 과분하게 다녀보았고 해외 체재도 몇차례 해보았지만

그때는 보따리를 싸고 갔다가 또다시 보따리를 싸서 돌아오는 일정

이어서 번거롭다는 생각 이외에는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감회가

좀 달랐다.

 

짐을 싸면서 세가지 범주가 생겼는데,

첫째 갖고 갈 것,

둘째 버릴 것,

그리고

셋째는 아들집에 맡기거나 주고 갈 것,

이렇게해서 세번째 범주가  생겼다.

 

 

인생도 왕복이면 번거롭긴해도 조바심은 덜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두고 갈 일을 생각해야할 때가 되었다.

일찍 해탈하신 성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T S 엘리엇만 해도 벌써

20대에 이미 "전통과 개인의 재능"이라는 논문을 쓰고 젊은 나이에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를 써서 인생의 한계를 내다 보았는데

이제 와서 짐 보따리를 싸면서 그런 생각이 들다니 늦철이 들어도

한참 늦게 들었고 부끄럽기만 하다.

 

(플래쉬가 허락되지 않아서 사진이 흐린 점 다시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