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볓 더위에도 뉴저지 트랜싯 버스를 타고 맨해튼으로 나갔다.
"포트 오소리티" 종점 건물 2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구로 향하는데 게이트 천정 쪽에 이상한 문자가
보인다.
아무에게나 눈에 띄는 지점은 아니다.
무슨 상형 문자 같은 것이 휘갈겨져 있어서,
아, 저 미국의 포스트 모던한 작가, 토마스 핀쳔이 쓴 "49호 경매 품목
(The Crying of Lot 49)"이라는 소설 작품 생각이 문득난다.
순간적으로 또하나의 팩션 스토리도 머리 속을 스친다.
그러나 이 더위에 팩션 스토리 구상은 나중이고,
불볓 더위 한가지만이라도 사냥하여 뜨거운 영상이라도 여기에 올려야겠다.
"패션 애비뉴"와 "오번 가"를 부지런히 다니다가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에 들러서 한동안 피서를 하고,
다시 "브로드 웨이"의 할인 점, 땡처리(clearance sale)도 들러보았다.
이날 거리의 더위는 화씨 100도 수준,
황토방 보다는 조금 더하고 숯가마에는 미달이었다.
(날이 아무리 더워도 유구한 볼거리 역사는 중단이 없다.)
(한 여름 정오, 하이눈에 버스를 기다리는 톻행인이 그림자도 만들지 않는다.)
(뉴욕 시립대학, CUNY가 있는 길이라서 롤러 블레이드로 달리면서 더위를 쫓는 학생들이 심심치 않았다.)
(한 여름을 달리는 구급차의 아우성 소리도 더위를 가중시킬 뿐이다.)
(뒷 골목이라고 더위가 찾아오지 못할까---.)
(화장실의 낙서도 무덥다.)
이틀 전날 내다본 허드슨 강도 한 여름 날의 모습이었다.
큰 오리떼가 두둥실 떠가고 범선과 객선과 쾌속선이 더위를 가르고 있다.
잘 지내던 아이가 여름 고뿔에 걸린 일도 계절을
더욱 무덥게한다.
허드슨 강변의 황혼이 마치 크롬 처리를 한 것같은 영상을 보여준다.
황혼이 닥아 올수록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거실에서 내다보는 여름날 황혼이, 감정이 있는 깊은 심연으로 감상을
이끌고 내려간다.
(더위는 뒷골목 폐허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꽃 가게의 화분에 자리잡은 화초들도 시들었다.)
(웃자란 잡초들도 한 여름의 더위를 더 느끼게 한다.)
(신통치 않은 중고차 사업장에도 더위가 잔뜩 내습하였다.)
(무어니 무어니해도 갤런 당 3달러가 넘는 주유소에 더위가 가장 많이 넘실거린다.)
(이 더운 여름날, 우리는 과연 어디로 부터 와서--->)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제 초복날 저녁에는 뉴저지의 친구네와 함께 줄을 서서 표를 받은 후에
오래 기다렸다가 양고기 수육을 저녁 아홉시 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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