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영화 텍스트로 성 엿보기

원평재 2004. 4. 23. 08:58

 

 

아. 영화 텍스트로 성 엿보기

 


후기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문학 텍스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영화산업이다.

아니 영향을 미쳤다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게 되었다.
영화라고 하는 담론 방식이 이러한 위상을 확보하게 된 것은
활자 미디어에 대한 영상 미디어의 전반적인 승리라는
맥락이기도하다.

여기에서는 영화 텍스트에 반영되어있는 성의 문제를 몇 가지
주요 주제 별로 나누어 고찰토록 한다.
다만 헐리우드를 중심으로한 영화 예술의 정전(正典)에 속하는
장르 무비,
유럽과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쪽이 많은 역할을 한
전위적 영화예술(아방 가르드 운동 및 필름 느와르)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적 혹은 실험적 영화예술을 따로
가리지 않고 성에 관한 화두 중심으로 분류해본다.

먼저 통과의례로서의 성을 다룬 작품으로는『아름다운 청춘』
(All Things Fair)이 있고
여성의 억압된 성과 사랑을 그린『피아노』(piano)


 남성의 폭력에 대한 레즈비안적인 저항을 다룬『델마와 루이스』

(Thelma and Louis), 게이를 다룬 몇가지 영화『아이다호』(Idaho),





『크라잉 게임』(Crying Game),



『필라델피아』(Philadelphia),



『M 버터플라이』(M Butterfly),


『인 앤 아웃』(In and Out) 등이 있다.

그리고 매매춘을 다룬 영화로는『창』을 들 수 있으며
양성인간의 추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는『올란도』(Orlando)가 있다.

영화 『올란도』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올란도』는 400년을 산 그/그녀의 이야기로 양성성의 문제를
알레고리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제목 『Orlando』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or와 and를 섞어 붙인 주인공의 이름은 "남성 혹은 여성",
또는 "남성 그리고 여성"인 주인공의 이름으로 매우 적절해 보인다.




복장 전환과 성적 전도(顚倒)를 통한 양성적 실험을 하면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예시하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가장 무도회에 초대받은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무도회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기존의 여성성/남성성이
문화적.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소설과는 달리 여자아이를 잉태한 올란도는 남성이었을 때 실패했던
글쓰기에 성공하게 되고, 딸은 20세기의 소녀답게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관찰한다.

영화 『올란도』의 이와 같은 기이한 설정과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지니아 울프의 페미니즘 사상과 "양성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겠다.

울프는 여성을 집안의 천사로 규정하고 여성의 자유를 속박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조의 사회상에 반발해, 인간은 사실 남녀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양성적 인간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양성론을 주장했다.

올란도는 울프의 바로 그러한 양성론의 화신인 셈이다.
그래서 올란도는 남성의 영역인 감각과 사고에다 여성의 영역인
감성과 직관까지 갖춘 바람직한 인간으로 제시된다.

올란도가 매력을 느끼는 대상 역시 양성적인 인간들이다.
예컨대 그녀는 남성처럼 옷을 입고 활발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러시아 대사의 딸 샤샤와 역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미국인 자유주의자 셀머딘에게 이끌린다.

올란도의 이러한 양성성을 통해 울프가 조종하는 것은 단성적인
남성들의 편협한 속성과 가발, 훈장, 모자 등으로 표상 되는
그들의 헛된 권위주의이다.

울프는 의상이야말로 성차별을 정착시킨 남성 중심적 기호라고 본다.
과연 올란도는 여성의 의상을 입는 순간, 남성들의 편견과 대면하게

된다.
예컨대 당국은 비록 양성인간이지만 올란도가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그의 작위와 재산권을 박탈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죽음, 사랑, 시, 정치, 사교, 성, 탄생이라는 일곱 개의 단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 『올란도』의 궁극적 주제는 바로 남성과 여성의

장점이 한 인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양성 인간' 의 추구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