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가는 길
고두현.
물살 센 노량 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선천서 돌아온 지 오늘로 몇날인가
윤삼월 젖은 흙길을
수레로 천리 뱃길 시오리
나루는 아직 닿지않고
석양에 비친 알몸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같은 저 섬으로 가고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을 모아
화전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구운몽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바다
삿갓처럼 옆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도 돌아가지 않으리.
새벽에 출발한 당일치기 남해 가는 관광버스에 추억 속의 페티 페이지가
홀연 기사석 위의 노래자랑 모니터에 나와서 구슬픈 노래를 아침부터
처연하게 불렀다.
나이 든 사람들의 평일 관광에 맞춘 선곡이긴 하였으되 가을 관광을
나선 사람들의 흉금이 조금 심란하게 돌아갔다.
선곡이 틀렸다기 보다는 "체인징 파트너" 어쩌고 하는 내용이 짝없이
나선 나그네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적당히 새판을 짜고 그 새판의
짝들에게 협찬사의 상품을 구입하여 서로 선물로 교환토록하려는
상술인지도 몰랐다.
하긴 대부분 커플로 나온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홀로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아니 언제 젖갈을 사셨어요?"
노래 때문에 생긴 스산한 분위기를 깨려는듯, 앞 좌석에 다정스레 앉아있던중년의 부부가 뒤를 돌아보다가 홀로 온 김범수가 품에 꼭 안고 있다시피한
항아리 모양의 꾸러미에 문득 시선이 가더니 자기들은 혹시 좋은 물건을
놓친거나 아닌가 싶은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그가 꼭 껴안고 있는 작은 보통이를 젖갈이 담긴 작은 단지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3만 8천원만 내면 되는 당일치기 남해 관광 버스는 내려오면서
벌써 협찬사 방문이라는 핑게로 지방 특산품 회사를 몇군데나 들렀지만
아직 젖갈 공장 같은데에는 들리지를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그가 껴안고 있는 보퉁이의 모양이 그렇게 젖갈 항아리로 보인
모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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