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소하 문학상 후기 (2회)

원평재 2007. 1. 3. 18:10

"알리지 않다니, 무얼?"

"아, 그런 좋은 일이 진행되고 있으면 저한테도 미리 알리시고 그럼

제가 원군도 되어드리면서 두고두고 엎드려 절도 받을텐데요, 하하하."

"에이, 이런 일이 친한 사이에도 좀 게면쩍고 나도 거의 결정이 난 후에야

통보를 받았어요."

"그랬군요. 아이구, 다시 축하 드립니다, 선배님. 상은 받는 분이 제일

즐겁고 주는 쪽이 두번째, 그리고 참석해서 축하하는 즐거움도 무시

못하지요.

꼭 가야지요. 그런데 소하란 분이 누구신지요?"

"아니, 거기 프랑스어문학과에서 정년 퇴임하시고 명예교수로 오래 

계시다가 작고하신 강치혁 교수님을 모르세요?"

"아, 그 분---, 아호가 소하---. 아이구, 알다마다요. 죄송합니다."



서 교수가 죄송할 대상은 따지고 보면 이지함 교수가 아니라 자기와

같은 과에 근무하다가 몇년 전에 퇴임하여 명예교수로 있던중, 두어해

전에 작고한 강치혁 교수였다.

흔히 그렇듯이 나중에 기회가 있으려니 하며 정년을 하고 나간 분에게

차일피일 무심하다가 돌아가셨다는 늦 소문을 서 교수가 들은 것은

카나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퀘벡으로 1년간 안식년을 가 있을 때였다.

 

그가 돌아왔을 때에는 그간 쌓였든 지난 일들은 과거사라는 먼지를 덮어

쓴채 보다 더 화급한 현재사에 자리를 내 주었다.

정말로 가장 화급한 일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프랑스 어문학과와 또

사촌쯤 되는 독일 어문학과가 사라지려는 위기 상황이었다.

'한불 은행'이라는 프랑스계 은행에서도 통용어는 영어이고 고등학생들의

제2외국어가 중국어 일변도인 시점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전공의

대학 졸업자는 도무지 쓸모가 없다는 현실이 세태로 반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시장경제 논리는 이미 대학 내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잡은 것을---.

 



이런 와중에서도 재능이 있는 두 사람은 자기 존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였다.

한탄과 자괴와 시름 속에서도 서윤식 교수는 유럽 문화학, 특히 영상 문화

쪽으로 새로운 전공의 가닥을 잡고 유럽의 '필름 느와르', 그러니까

할리우드 식으로 말하자면 '언더그라운드 시네마' 쪽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e-learning'이라는 인터넷 전자 영상 교육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시대정신과도 절묘하게 접목이 된 셈이었다.

그의 강의는 인기를 끌었고 과장된 수사로 저술된 그의 책들은 너무나도 

잘 팔렸다.

영화, 영상 관련의 베스트 셀러인 "음지의 영화", "지하 습지대의 영상 예술",

"어두운 시대의 흐린 영상" 등이 모두 그가 쓴 노작, 아니 노작이라기 보다는

역작, 그래 쉽게 쓴 역작이었다.

 





한편 이지함 교수는 영상 콘텐츠 쪽과 전복적 비평의 영역에서 변경을

개척하였는데  국문학 쪽에서 곱지않은 시선이 들어오기도 했으나

지평이 넓은 그의 안목은 금방 중앙 일간지의 주목을 끌어서 컬럼도 쓰고

문예지의 산문 영역을 주름잡았다.

그는 얼른 '영상 언론 문화학 전공'이라는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내었다.

 

한동안 비평이론 문학의 시대는 범세계적, 아니 범서구문학적 이다시피

되어서 문학 작품을 비평하는 실천 비평적 텍스트 보다 비평이론을 비평하는

텍스트가 더 많다는 우스게 아닌 현실이 사실로 통용되더니, 이제는 그것도

한 풀 꺾이고, 이제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유행어의 퇴조와 함께 전반적인

비평이론 문학도 빛이 바래어가고 있지만 그 방면의 일인자였던 이지함

교수의 찬란한 문장은 그런 경향에서도 도도하였다.

그래서 아마 이 교수가 상을 받는가 보다고 서 교수는 생각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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