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가까운 "클로이스터 박물관"(The Cloisters Museum)을
찾았다.
맨해튼 외곽지대에 있어서 이 곳에 사는 친구들도 잘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깍아지른 절벽 아래로 허드슨 강이 내려다 보이는 중세의 고성이자
이름 그대로의 수도원 같은 이 곳에 사실은 큰 기대도 없이 아이들
아이디어로 따라나섰는데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하긴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분원으로서 특히 중세 예술 작품 컬렉션이
여기만한 데도 없다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곳이어서 소장품의 가치를
일찍이 알만은 하였다.
이름 그대로 이곳 분위기는 중세 유럽의 수도원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서
20세기 초에 록펠러 등이 크게 기부하여서 유럽에 있는 중세의 귀한 예술품
은 물론이려니와 아예 성채와 기둥과 구조물까지도 반입하여 새로 축성을
해놓은 모습이었다.
하여간 돈과 공을 들인만큼의 장관이었다.
간략한 안내 책자에는 한글판도 있어서 내 가슴도 자부심에 가득하였다.
(주로 중세 로마네스크 식의 원주를 유럽으로부터 직접 사들여서 이곳
신대륙, 맨해튼에 중세 수도원을 재현했는데, 도리아 식, 이오니아 식,
원주도 적지 않아서 유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건축술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다시 일별할 수 있었다.
이 곳을 건축가들이 많이 찾는다는 원인이 짐작되었다.
세월이야 저 아래 허드슨 강물처럼 빨리 흘러가버리지만 사랑은 영원한듯,
위의 벤치에 앉은 두 젊은이는 오래 입맞춤을 하고 있었는데 차마 바로
찍지는 못하였다.)
이날 "클로이스터즈"에서의 감상 포인트는 두가지로 하였다.
하나는 이 곳 구조물의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원주의 예술성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피에타였다.
예수님이 고상에 달리셔서 인성으로 숨지신 후에 성모 마리아께서 그 분을
안고 슬퍼하시는 모습은 여러 형식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었는데,
피에타로 불리는 이 장면은 유럽의 여러 미술 박물관에서도 대가들의 솜씨로
빛나지만 이 곳의 컬렉션도 숨이 막힐듯한 경지에 달하였다.
로마 제국 시대를 상고하면 이해가 쉽듯이 대국의 변방은 항상 전란의
연속이 아니던가.
지금 성조기에 덮혀서 되돌아오는 젊은이를 3천번째 이상이나 맞고있는
미국사를 음미하는 마음이 착잡하다.
지금 미국의 공공기관에 펄럭이는 성조기는 half-hung, 반기로 내려놓았는데
이는 이락 전쟁과는 상관이 없고, 제랄드 포드 대통령이 서거하여서 한달간
그렇게 둔다는 것이다.
이 곳 피에타 컬렉션이 모두 조각품인 것도 이채로웠다.
또한 정전(正典)의 솜씨라기 보다는 인간적 고뇌와 참된 개성이 펄럭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도 중세 유럽의 수도원 여러 곳에서 자생한 예술 혼들을 샅샅이 애써
수집한 결과가 아닌가싶다.
수도원을 재현했다고 하여서 모두 무겁고 장엄한 컬렉션 만은 아니었고
다양한 중세 예술이 산재하였다.
그리고 금강산도 식후경,
밥을 먹으러 들어간 박물관 부속 New Leaf Cafe에서는 아메리칸 런치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중세, 벽, 좁은 문---)
(동방 박사 조형물 중의 한 분은 흑인으로 되어 있었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흐릿한 옥호에 비해서는 밥 집의 밥 맛이 푸짐
하였다.)
(바람이 세차고 추운 날이었다.)
오늘 오후에 남미행 비행기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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