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고다닌 투어

카니발은 이렇게 준비되었다.

원평재 2007. 2. 15. 00:58

22288

 

 

 

(내가 방문했던 삼바학교 학생들이 밤새 퍼레이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육제(謝肉祭)의 날들이 닥아왔다.

사육제는 카니발(carnival)을 번역한 말로써 기독교적 행사에서 유래

했다고 여기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인류의 원시적 축제에서 시원하고

있다.

 

인류의 삶은 원래 고단하였다.

한발이나 홍수에 따른 기근, 창궐하는 역병에  시달리며 인간은 이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을 갈망하였고 그런 갈망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염원을

담아서 먹고 마시는 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마나우스 라는 도시의 두 삼바학교 문장)

 

 

기독교 문명이 대다수 인류의 "보편선"이 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밖혀 고난을 당하신 날의 40일 전부터 세상은 근신과 반성의

기간을 설정하여 지키게 된다.

사순절(Lent)이라는 이름의 이 기간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는

기호로 설정된다.

그리고 지켜야할 이 기간 보다 다시 일주일 가량 앞 선 기간 동안에는

다가오는 근신과 절제에 대한 염려와 보상의 심정으로 인간은 먹고 마시는

일에 최선을 기우리게 되었다.

 

그 기간과 그 행사, 그 퍼포먼스가 원시 카니발의 의미를 대체하게 되었고

한자 문화권에서는 주지육림으로 먹고 마시는 일을 사양하기 위한 축제

라고 하여서 사육제라고 이름하여 번역하였다.

"철학"이니 "과학"이니 하는 단어들을 만들어내어 번역학을 일군 일본인들의

꾀가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확실하게 증거 찾는 노력은 여기에서 기우리지

않았다.

 

사순절 앞의 사육제는 지방에 따라서 일주일 혹은 사나흘간의 격렬한

광란과 몰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데, 기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여 

라틴 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의 카니발이 다른 모든 지역을 압도하게 되었다.

 

축제의 기간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기독교 국가간에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일주일 이내에 인간적 쾌락을 모두 제식(ritual)의 형태로

집대성하여 발산하는데,

그 저변에는 인간적 욕망과 면죄의 원망(願望)이 가득히 깔린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행사에 다름아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의 고난과 원시성이 이

제식 행사에 합류되면서 수많은 고통과 한 많은 드라마가 그들의 리듬인

삼바와 어울어져 70분간의 행진으로 독특하게 승화되었다.

말하자면 일년 열두달의 노예 생활이 손에 잡힐듯한 환상 속의 쾌락으로

환치되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퍼레이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리는

소위 "히우 카니발(Rio Carnival)이다.

카니발과 사순절이 끝나면 인류의 염원인 부활의 축복이 이 고난의

지상에 가득하게 된다.

소생하는 봄의 정기와 함께 부활절이 마침내 오고야마는 것이다.

 

 

금년도 카니발은 2월의 셋째 주이기에, 우리나라의 설날 일정과 중복이

되어서 "히우 카니발" 구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발진 기지, 마나우스라는 신흥 도시로 갔더니 그곳에도 카니발이 있고

지금 그 준비에 바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200만이 사는 지방 도시라서 리오데자네이로 보다는 모든 규모가 반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그 준비 과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늦은 밤중에 그들이 작업을 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카니발 준비는 보통 "삼바 학교(Escola Samba)"라고 하는 조직에서

밤을 세워 해내고 있다. 

Escola라니까 아마도 프랑스 말의 에꼴, 영어의  School이 갖는 다양한

뜻의 개념일듯 싶다.

그러니까 정규 학교라기 보다는 유파, 조직 같은 개념일지 모르겠다.

물론 교장도 있고 하부 시스템도 있다고한다.

학생, 혹은 조직원은 3500-5500명이라고 한다.

일년 내내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내며 조직을 운영하다가 카니발 퍼레이드

60일 전부터 시에서 공식 작업 행사를 선언하면 밤잠을 자지않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시에서 주는 보조비는 3-4000만원선, 실제 드는 돈은 이보다 열배가

더하다고 한다.

나중에 1등에 뽑혀도 상금이나 보상은 없다.

전에는 그런적도 있었으나 부작용도 있고 작업의 순수성을 버린다고

하여서 이제는 그런 일들은 다 버렸다고 한다.

오로지 자기 만족, 자기 도취, 리리시즘, 순수한 에스프리만 남았고

1등에 뽑힌 작품을 다시 퍼레이드 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깃털과 장식등이 원래의 시합날에 많이 부서지고 마모되어서

오히려 아름다원던 이미지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고한 예술의 일회성, 그 하일라이트의 찰나적 엄숙성 같은 것을

그들은 이렇게 이미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퍼레이드 작품 제작에는 주제 설정이 필수라고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현재를 음미, 분석하고 마침내 긍정적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움직이는 무대 위의 반복되는 행동으로 재현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벌거벗고 육체미나 과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감상법을 반드시 수정할

일이었다.

 

삼바학교는 보통 20만명에 하나씩 허락된다고 한다.

200만 인구의 마나우스에는 아홉개가 있다고 한다.

퍼레이드 시간은 70분씩이고, 리오에서는 24개 학교가 있어서 10분짧게

60분씩 진행된다고 한다.

리오에서는 구경꾼들의 입장 비용이 현지인은 150 달러, 관광객은

450달러를 내야하는데 적당히 하면 현지인 비용으로도 된다고 한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마나우스 시는 돈이 아주 많아서 관람료는 전부

무료라고 한다.

 

세상일에는 모두 화려한 낮의 행사, 아폴론이 지배하는 영역이 있다면

어둠의 세계 디오니소스 적인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

그러고보니 저 화려한 퍼레이드를 위하여 60일간으로 허락된 밤중 작업을

위하여 땀을 흘리는 삼바학교 학생들의 땀이 어쩌면 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퍼레이드에 나오는 작품의 동력은 모두 사람 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움직이는 무대를 위하여서는 3-4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이름도 없이,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모두 무대 밑에서 바퀴도 밀고

아름다운 조형물을 손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엊그제 귀국 길에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늦잠과 습관 때문에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JFK 공항으로 달려갔더니,

아차 예약은 뉴 아크 공항이 아니던가.

결국 귀국을 하루 연기하고 난리를 피웠으나 계약에 있는 페날티도

다행히 물지 않았고 나리따에서 환승할 때에는 1등석도 공짜로 굴러

들어왔다.

 

좌석에서 파이넨셜 타임즈를 펴니 이빠네마 출신의 청년이

"리오 카니발"에 거는 필생의 기대가 실려있었다.

상금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알려서 신분 상승을 꾀한다는

소박한 내용이었다.

또한 리오 카니발이 16일이 아니라, 15일 부터라는 문맥도 있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서둘러 글을 올리라는 주마가편의 표창장같은 

문맥이었다.

 

  

 

 

  

 

(이빠네마에서 온 청년의 꿈이 이렇게나마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거기는 또 게이 천국이라는 기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