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줍음을 잘 타는 청년이었다.
내과를 하자니 환자와의 대면에 자신이 없었다.
칼잡이인 외과를 하기에는 용기랄까, 담력이 부족하였다.
산부인과를 하여서 여인들의 은밀한 곳을 들여다 볼 용기는 더욱 없었다.
그는 사람, 혹은 환자를 보기 보다는 사람의 몸 속에 박힌 병원균의 근원
이나 그 진도와 말없이 대면할수 있는 해부학 쪽을 선택하였다.
살아있는 인체의 한 조각, 마침내 투병에 지친 발가벗은 여인의 사체,
갈곳없는 행려병자, 그리고 입성은 부유하지만 홀로 누워있는 의문의
검체와는 대면이 벅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선택이 패자의 길은 아니었다.
병의 원인에 접근하는 자신의 집요한 연구자로서의 감성을 그는 스스로
사랑하였고 자부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 방면의 연구자는 희소하였고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
에서도 넓은 블루 오션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그는 직관하였다.
DNA나 엠브리오 관련, 그러니까 배아복제 연구와도 이웃 사촌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낙원은 아직 그의 현주소가 아니었고 병의 진원을 찾지
못하는 나날들은 그를 조바심나게 하였으며, 그런 순간마다 그는 조금
정상이 아니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들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그의 팬티는 이상한 흥분상태, 혹은 긴장상태에서
분출되는 정액으로 지저분하게 되었다.
지금 "청동시대"의 옆에 서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페니스에서 무엇인가
조금 분비되는 순간을 맞고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실패한 삶과 훗날에야 성공한 작품 세계를 설명하며
그녀는 멀리있는 그 청년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이 그녀와 섹스를 시작하던 초기에 보였던 설익은 표정---,
아직 행위가 시작 되기도 전에 나타나던 그 진저리치는 표정이 그 청년의
우수어린 표정에 스쳐지나가는 것을 그녀가 보았다면 거리상으로는
불가능한 포착이었겠으나 전광석화처럼 그녀는 자기 몸의 세포들을
카메라의 줌처럼 하여서 모두 받아들였다.
결혼생활은 8년 정도였으나 그녀와 남편이 섹스를 시작한지는 10년도
더 되었다.
그녀는 신입생으로, 그는 복학생으로 두사람은 화실에서, 들판에서,
또 그가 몰고 다닌 똥차의 시트를 더럽히면서 열심히 섹스를 하였다.
빈 강의실도 노렸으나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그는 크고 긴 페니스를 그녀의 질 깊숙히 집어넣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며 사정을 하였다.
그녀는 그게 원래 그런건가보다 생각하며 힘겹게 그의 몸을 받아
들였으나 큰 쾌감은 없었다.
그러나 그걸 또 거역할만큼 싫거나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대안은 있었다.
두 사람이 일을 끝낸 다음에 혼자서 조용히, 그러니까 몰래 자위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정도로 발전한 것은 둘이 결혼을 한 이후의 일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몸을 섞은 이래 그녀에게는 오래 오르가즘이라는 것이
오지 않았을 때에도 그녀는 대범하였다.
어찌보면 경험없는 처녀의 몸으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였다.
소리치며 절정을 맞본 그는 일이 끝난 다음에는 과묵하였다.
결혼을 하고 환경이 나아지자 그녀도 섹스의 쾌감이라는 문제에 관심과
신경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기 만족을 달성하고나서는 침묵의 바다로 빠지는 남편을 붙들고
무어라 대책을 내놓으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매번 자신의 몸에 묻은 정액을 처리하느라고 이미 화장실로 사라진
후였다.
대책을 강구해야할 일은 오로지 그녀에게만 떠맡겨진 혼자만의 몫,
1인 대책 위원회의 과제일 따름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리를 비우는 그 짧은 순간에 자위를 하였다.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면 쾌감은 머리 윗쪽을 뚫고 천정으로 올라가서
마침내 지붕도 날려버린 다음 저 멀리 하늘로 사라지거나, 때로 그 쾌감을
억지로라도 조금더 참고 있으면 오른 쪽 뇌에 쥐가 나는 순서로 돌입
하였다.
그 순간 손톱 보다 작은 클리토리스는 주먹처럼 발기한 페니스 보다 더
거대한 형상과 질료로 그녀의 의식계를 점령하였다.
죄의식이나 공포감, 수치감 등이 한동안 그녀를 지배하였으나 "킨제이
보고서"라는 책과 영화를 보고나서부터 그녀는 해방감을 느꼈다.
여성의 2/3 이상이 "질 쾌감"이 아니라 "클리토리스 쾌감"을 느낀다는
통계가 그녀를 자유케 한 것이었다.
"선생님, 다이아먼드 무늬가 어디 있어요?"
갑자기 묻는 날카로운 소리에 그녀는 털썩 주저앉을뻔 하였다.
팬티 속의 다이아먼드 무늬가 들킨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정말 자위를 하다가 들킨것 처럼 속으로 혀를 차며 얼른 청아한
목소리의 상태로 돌아왔다.
"여러분, 여기 이 그림의 나무 밑둥 부분을 한번 잘 보세요.
병원 시트의 다이아먼드 흔적이 보인답니다. 재미있는 현상이지요---."
그녀의 말에 과연 앞줄의 몇사람이 캔바스 가까이로 눈을 갖다대었다.
"아, 보여요!"
"나노 미니" 수준의 정말로 짧은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소리쳤다.
아까 질문을 한 목소리였다.
그 나노 미니 처녀는 "나는 찾았네, 유레카~"하는 식으로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으로 다이아먼드 자국들을 의기양양하게 가리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