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일년에 한두번쯤 고향인 영주군 내의 "순흥"에 돌아오면, 나는 조상 묘소에 때도 맞지않는 성묘나 벌초를 급히 하고나서 처가 권속들 쪽에는 거의 들리지도 않고 상경길을 서두르지만 그래도 "초암사" 절집 까지는 걸어서 올라가 본다. 초암사 가는 길은 바로 "죽계구곡(竹溪九曲)"을 끼고..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9
세종대왕 밀릉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성 연 중 인 명 선 광 인 효 현 숙 경 영 정 순 헌 철 고 순" 사회자는 조선시대 왕들의 시호를 열 번도 더 반복하더니, "7대 왕은?" 이렇게 물었다. 털털거리는 고물 전세 버스의 맨 앞에 앉은 반지르르하게 생긴 중년이 얼른 "연산군!"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네. 잘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9
대둔산 목가 최근 대둔산에 다녀왔다. 오래 전에 생물학을 전공하여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전국의 산야를 누비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대둔산과의 인연은 조금 남달랐다. 생물학의 분야도 요즈음은 아주 세분화 되어서 동물학, 식물학, 미생물학, 분자 생물학 등의 분류..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9
책들의 고향 "부활절 아침에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서 기쁩니다." 대전의 어느 교회 앞뜰에서 국립 "한밭 대학교" 도서관장이 같은 대학의 지리학 전공 교수 양한철 박사에게 웃음을 가득 담고 다가갔다. "엊저녁 늦게 위원회에서 통과 되어 전화도 못 드리고 이리로 왔습니다." "아, 제 도서들..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8
해혼식 충청남도 금산(錦山)에 있는 초등학교 동기의 초대로 "금오(金烏) 농원"을 찾은 것은 지난 식목일 연휴였다. 청명 한식에 先山을 찾아야되었지만 금오농원의 초대를 반년이나 미루어 온 탓에 우선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체면치례를 먼저 하기로 했다. 하긴 대전권으로 수도가 이전한다고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8
혼불과 프리티 우먼 비 오는날 저녁에 세 친구가 만났다. 공무원을 오래하다 나온 나와 언론계에 오래 종사하다 나온 P, 그리고 건측가로 평생을 지낸 K는 모두 고등학교 시절의 문학청년들이었고 그 때는 "청맥"인가 뭔가하는 문학동인회를 만들어 젊음을 살찌웠는지 탕진하였는지 하여간 그러고 다녔던 사..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8
기러기 가족 처음 현깃증을 느낀 것은 벌써 이태 전이었다. 회장 비서실에서 결재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듯 싶었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가끔 난다더니 이게 그건가---. 벽에 걸어놓은 복사본 그림 에드워드 드가의 "무희"가 "토 슈즈"의 끈을 매다가 비틀거리는듯 하였다. 그리고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8
영상시대 사외이사로 있는 영화사 '청담 영상(주)'에서 연락이 온 것은 현충일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현충일과 주말을 묶어서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하롱베이로 여행을 떠나자는 제작자이자 대표이사인 박 사장으로 부터의 갑작스런 전갈이었다. "박 사장, 너무 갑작스럽지 않소?" "무슨 말씀이..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1.02.18
팩션 출판 기념회 "팩션 출판 기념회"의 초대장을 대학에 있는 친구로 부터 받았을 때에는 무슨 의류 패션 행사인줄 알았다. 이 친구가 국문학을 했는데 무슨 패션 행사인가---, 내가 아무리 외국 공관에만 25년간 돌다가 갑자기 대기 발령을 받고 귀국해서 국내 정세나 동기들의 변화에 문외한 일지라도 국..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0.08.29
사대(射臺)에 올라 "이 행장님, 그 백구두 신으시고 강남 카바레에 부킹 한번 하시죠" 석호정(石虎亭)의 박 사범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는 열 군데의 국궁장이 있는데 석호정은 남산에 있다. "예끼, 이 양반아. 우선 아시다시피 난 행장출신이 아니오. 하긴 서울에서도 명동이나 강남에서만 지점장..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