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풍경 그녀는 고흐의 그림 앞에 섰다. "큰 플라타나스 나무(1889년)"(The Large Plane Trees)라는 이름의 유화였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유화 이론과 실기 지도를 하는 그녀가 자기 클래스의 수강 회원들을 이끌고 아침 일찍 명화 탐방을 시작했을 때는 "미술관"이 한산한 편이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사..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10.04.11
어떤 게이의 날 이태원 입구에 있는 해밀튼 호텔 예식장에서 친구의 딸이 시집을 가던 날, 나는 지각 도착이 되어 테이블이 꽉 찬 식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간에서 잠시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이! 강호 맞지? 미국 간 이강호 말이야.” 늦은 건 나만이 아니어서 동기생 몇 명이 내 주위를 에워쌌다..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9.03.13
폐궁에서 찾은 DNA 지방 국립대학에서 민속학 교수로 있는 내가 인도 여행을 처음 한다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다만 나의 주 전공은 아메리칸 인디언과 고대 동아시아 선주민들간의 민속적 관계를 따지는 일에 집중되다보니 이런 편향이 생긴 것 같다는 변명은 가능하다. 반대로 내가 깍듯이 모시는..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9.02.24
벳부 별곡 (別府 別曲) "어머나, 고 선생님!" "명희, 명희가 맞지?" 두 사람은 <가마토 지옥(がきど 地獄)> 앞에서 동시에 소리쳤다. "가마토 지옥이란 '가마' 그러니까 '솥을 걸어놓은 지옥'이라는 뜻이니까 '부뚜막 지옥'이라고도 할수 있답니다. 벳부에서도 대표적으로 뜨겁게 분출하는 온천을 '지옥'이라고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8.09.17
간헐천(間歇泉) 지방대학에서 민속학을 가르치는 최세출 교수가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옐로우스톤' 관광단에 끼이며 첫째 목적으로 내세운 것은 학술 자료 수집 관련이었다. 바로 옐로우스톤 지역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탐사, 탐방하고 현장 조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방학 중의 해외여행이 대학..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8.09.03
울릉읍 독도리 정진주는 “섬”이라면 치를 떨었다. 결코 가서는 안 된다는 금제의식이 얼마나 강했냐하면 교사로서 학생들을 데리고 가야하는 수학여행도 섬이라면 인솔 책임을 회피하고 결근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학 때의 수학여행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남쪽의 항구 도시에 있는 교육대학을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8.08.30
명왕성이 소멸되던 날 아파트 동네의 입구에 "푸드 코트"라는 빌딩이 서 있다. 이름이 약간 멋을 냈지만 허름하고 낮은 "먹자 건물"일 따름이다. 혼자 사는 이결 선생은 오늘 저녁도 여기 이층에 있는 "희망 실비집"에 들렀다. 그녀는 여름 내내 콩국수로 버티었으나 가을 바람이 불자 추어탕과 칼제비 사이에서 다소 방황을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6.09.10
생물 집, 건어물 집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의 학부에서 "분자생물학과"를 나오고 또 국내 굴지의 P 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한 제자 고정희가 뉴욕에 와 있는 강일구 교수를 찾아왔다. 강 교수는 학부에서 그녀를 가르쳤는데 지금 안식년을 맞아 뉴욕에 있는 어떤 제약 회사의 연구소에 와 있었다. 그는 원래 분자생물..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6.03.09
(팩션) 소수(素數)의 기본 정리 국적기를 이용하여 일시 귀국 길에 오른 수학자, 김상헌 박사의 기분은 옆 좌석의 여자 승객이 "개 바구니"를 들고 타는 바람에 더더욱 편치않게 되었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이 여행길이 우울하게 시작되었는데 개를 들고 탄 이상한 승객과의 동행이 더욱 힘든 여행길을 만든 것이다. 바구니 속의 개를..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