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이후 (빈포 시리즈 중 두번째--끝) "지난번 실종되었다가 며칠만에 저수지에서 떠오른 철만이 이야기 좀 해 주꾸마." 준호가 소란한 분위기를 확 잡는 화두를 꺼냈다. 남의 불행이 자신들에게는 맛있는 반찬꺼리가 되는게 세태 아니던가. 동대문에서 포목장사하는 여자 동기가 눈치 빠른 소리를 주변에 속삭여대었다. "야, 이거 재미있..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9.21
실종 이후 가을은 결혼 시즌이다. 재경 빈포 초등학교 동기들의 가정에도 혼사의 계절이 찾아왔다. 더우기 이들이 50대 전후의 가장들이다보니 대체로 자녀들을 처음 성혼 시키는, 개혼의 입장이어서 혼주나 하객들의 감상이 여간 아니었다. 도회지 출신의 사람들이라면 아직 며느리나 사위를 볼 나이는 아니련..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9.19
신간, "영미 단편의 이해" 17405 새 책을 하나 발간하였습니다. 그간 번역을 포함하여 열다섯권째 쯤 됩니다. 제목은 "영미 단편의 이해"입니다. 담은 내용은 영문 텍스트와 함께 우리말 주석, 해설 등 입니다. 목차를 살피면, I. 단편 소설 개관 단편 소설이란 무엇인가, 단편 소설사, 단편의 형태, 구성 요소 II, Text and .. 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2006.09.17
명왕성이 소멸되던 날 아파트 동네의 입구에 "푸드 코트"라는 빌딩이 서 있다. 이름이 약간 멋을 냈지만 허름하고 낮은 "먹자 건물"일 따름이다. 혼자 사는 이결 선생은 오늘 저녁도 여기 이층에 있는 "희망 실비집"에 들렀다. 그녀는 여름 내내 콩국수로 버티었으나 가을 바람이 불자 추어탕과 칼제비 사이에서 다소 방황을 .. 어떤 게이의 날 (소설집) 2006.09.10
허밍 코러스 (두번째-끝) 17044 "그때 KBS 어린이 합창단에다가 또 기억이 아리까리한 여러 청소년 합창단들이 방송과 TV를 탔고, 나라 밖에서 더 이름을 드날렸잖아요?" 제 물음이었습니다. "아, 물론이지요. 대단한 유소년 합창단, 청년 합창단들이 많았지요. 그때 날린 소년 소녀들이 지금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세계적 성악가..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9.07
허밍 코러스 16919 빈포 초등학교 총 동문회 주소록에도 이제 e-메일 주소가 실렸다. 물론 아직 주소가 없는 사람 투성이었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박 교수에게 뜻밖에도 뉴저지에 있는 면도사 정옥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박 교수님 전 상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미국으로 간 면도사 정옥이라요. 10..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9.03
청산애 살리라 (네번째-끝) 16520 광복절이 지난 며칠 후 처서도 지났건만 윤칠월이 있어서 그런가, 무더위가 여전한 어느날, 박 교수의 휴대폰에 장 여인의 음성이 울렸다. 여전히 낮은 음정이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있는 곳은 커녕, 와병 사실조차 잘 알리지 않던 김완기가 박교수를 찾는다는 전갈이었다. 사실은 ..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8.27
청산에 살리라 (세번째) 16434 머리 끄댕이를 잡아 당기지는 않았지만 한 판 난장이 시골 농가 주택을 휩쓴 셈이었으나 나이 탓인지 돈의 위력인지, 결말도 없이 결말은 쉽사리 찾아와서 고구마 밭에는 얼른 고즈넉한 정적이 깔렸다.. 해가 뉘엇거리자 고구마 순따기도 대략 끝나고 일행은 다시 남아있는 닭도리 탕..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8.25
청산에 살리라 (두번째) 16376 "여자가 있어도 여간 예쁜 여자가 아니야." 박 회장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입맛 다시는 시늉까지 하였다. "동기 간에 이런 친구를 봤나. 이 사람, 박 사장, 자네 정말 못말릴 손이네. 여자라면 항상 걸신에, 궁끼에 환장이로구나. 자네 그 싱거운 표정은 이제 그만 거두시고 우리의 김완기 사무총..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8.23
청산에 살리라 (첫번째) 16216 빈포 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상경기는 그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이다. 더우기 나레이터를 달리하면 같은 이야기도 서너가지로 확장될 수 있다. 이번에는 빈포 초등학교 출신으로 국문학 교수를 하는 박교수의 입을 빌어본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일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야.. 연작 장편; 빈포 사람들 2006.08.20